"안보‧경제 협력 새 역사...3국 관계, 8월 18일 전후로 나뉠 것"

2023-08-18 06:00
'캠프데이비드 정신‧협정' 두가지 문서 채택..."3국 협력체계 고도화‧공고화"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6시간, 한·미·일 3국의 3국 안보‧경제·군사 협력 관계는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뉘게 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의미에 대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 구심점이 될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 안보‧경제 협력의 역사를 2023년 8월 18일 이전과 이후로 나누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 고위 당국자들 역시 3국 공조가 '뉴노멀', 즉 새로운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과거사 문제 등으로 불편했던 한‧일 관계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분리돼 운영됐던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및 다양한 글로벌 이슈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지속력이 있는 3국 협력을 규정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과 협력 비전·이행 방안 등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Sprit of Camp David)'을 채택한다. 추가 문건 채택 여부도 현재 논의 중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3국 정상은 '원칙'에서 "공동의 가치와 규범에 기반해 한반도, 아세안, 태평양 도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자"는 원칙을 천명한다. 경제규범과 첨단기술, 기후변화, 비확산과 같은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도 공동 대응한다.
 
3국 정상은 공동 성명인 '정신'에서 지정학적 경쟁 심화와 기후위기‧핵확산 등 복합 위기에 3국의 협력 필요성을 공감하고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선언한다. 공동협력 협의체 창설, 확장억제‧연합훈련, 경제협력, 경제안보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번 정상회의는 3국 협력 체제를 제도화하고 공고화하는 의미를 가진다"며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한‧미‧일 협력은 그간 북한의 위협에 초점을 둔 한반도 역내 공조에서 인‧태 지역 전반의 자유‧평화‧번영 구축에 기여하는 '범지역협력체'로 심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3국 협력체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군사동맹'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동맹은 어느 한쪽이 외부의 공격을 받았을 때 다른 한쪽에 '자동참전 의무'가 발생하지만, 3국 협력체는 그런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일을 3각 안보협력체라고 할 수 있어도 3각 동맹이라고 말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특정 위협에 대해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세 나라 공통 안보위협으로 인식하는 대상에 대해 협력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의 '중국 견제 모임'이라는 관측에도 거리를 뒀다. 바이든 대통령이 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금지와 제한 조치를 핵심으로 하는 행정명령을 언급할 수는 있지만, 이는 미국의 문제로 한국과 일본이 공조를 논의할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도 본지와 통화에서 "한‧미‧일이 중국을 조금 더 압박해야 한다고 하지만 뒷감당은 본인들이 해야 한다"며 "중국 경제가 망가지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여파가 만만치 않다"면서 일종의 수위 조절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尹, 18일 한미-한일-오찬-한일-공동기자회견 일정 소화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전용기편으로 성남 서울공항을 떠나 같은 날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도착, 일정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도착 직후 참모진과 만찬을 하며 회의 준비상황을 최종 점검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 아침 워싱턴 DC에서 약 100㎞ 거리에 위치한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해 바이든 대통령의 영접을 받는다. 첫 공식 일정인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고, 3국 정상은 격식 없이 친밀한 분위기에서 오찬을 한다. 지역과 글로벌 이슈 등 다양한 주제를 대상으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전망된다. 
 
오찬 후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 이 자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오후 3시(현지시간)에는 3국 정상이 함께하는 공동기자회견이 예정됐다. 이후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윤 대통령은 귀국길에 오른다.
 
이 같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겨냥해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북한이 한‧미‧일 정상회의나 21일 시작되는 을지프리덤실드(UFS)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다양한 도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비공개로 한‧미 간 대비 태세가 강화되고 있고, 군사 훈련도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항상 도발이 가능한 상대방으로 보고 있다"며 "가능성 추측에 의존해 행동하지 않고, 도발 징후가 확연해지면 즉각 행동할 수 있도록 대응태세 매뉴얼을 지참해 순방을 떠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G7정상회담 계기로 성사된 한‧미‧일 정상회의 직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