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외부동산 빨간불] 전문가들 "해외 부동산 리스크 이어진다...유동성 공급·리스크 관리 필요"

2023-08-17 18:21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리스크가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회사가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분산투자 등 리스크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현재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고 미국 사무실 등 상업시설 공실률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기업이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등 해외 부동산 관련 금융권 파장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것처럼 문제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김 연구원은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은행은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출해 준 금액을 돌려받지 못할 우려가 뱅크런 등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기 시 충분한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한국은행이 적격담보 범위를 확대해 은행이 보유한 우량 회사채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한 개편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예금 인출 수요를 커버해 뱅크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는 분산 투자 등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부산저축은행 사례를 들며 강조했다. 부산저축은행은 2005년 캄보디아 신도시 조성사업인 캄코시티 건설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과한 투자를 한 상태였다. 결국 캄코시티는 분양 저조로 좌초됐고 2010년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부산저축은행은 파산했다. 이 교수는 “금융권이 전체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갖춰 분산 투자를 해야 하고 부동산 투자는 선순위 채권을 확보하는 등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 교수는 금융권의 해외 대체투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인데 안정적 수익을 지향할 수 있는 방향을 내부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지평 한국외대 교수는 일본 사례를 들며 기대수익을 조금 더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과거 부동산 버블 붕괴로 크게 손해를 입은 뒤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을 굉장히 보수적으로 평가한다”며 “과거와 달리 부동산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부동산 투자에 대한 유동성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투자는 장기적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며 "위기가 도래했을 때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해당 투자에 대한 유동성을 확보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