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외부동산 빨간불] 우리은행發 해외부동산 리스크 보험사까지 확대되나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투자 리스크가 국내 은행권뿐 아니라 보험업권에도 대두되고 있다. 당장 우리은행이 '홍콩 부동산 펀드 손실' 악재에 맞닥뜨렸고 보험사들 역시 해외 부동산 공실과 연체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대형 부동산 업체들의 채무불이행 위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외 부동산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점증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회수 불능에 빠진 펀드에 대한 투자자 구제 차원에서 총투자원금(765억원) 중 70%에 해당하는 540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하고 투자자들과 자율 조정을 진행 중이다. 앞서 2019년 미래에셋증권이 홍콩 골든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일부가 우리은행 펀드를 통해 조달됐는데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손실을 보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위험 상품이라는 안내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완전판매' 논란도 불거졌는데 여타 은행들도 추가적인 피해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은행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상품은 앞선 사례와 유사한 구조가 많아 비슷한 투자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 역시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면서 손실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등으로 공실률(사용하지 않는 공간 비율)이 높아진 가운데 해외 오피스에 투자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보험사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은 26조원 규모다. 이는 전체 해외 대체투자 자산 중 30%에 달하는 규모며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보험업계 자기자본 대비 약 21.8%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미국 오피스 공실률이 2019년 12월 말 13.4%에서 2023년 6월 말 20.6%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북미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지역별 비중은 북미 67%, 유럽 14%, 아시아 4%, 기타 14%다.
금융권은 보험사들의 '해외 부동산 연체 발생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순위별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 중 선순위 비중이 다소 낮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은 선순위 32%, 중순위 26%, 후순위 등 기타 42%로 구성돼 있다. 선순위성 투자는 손실이 발생했을 때 주주들의 자금 조달이 먼저 이뤄지는 투자 방식이다. 따라서 선순위성 비율이 낮을수록 손실이 나게 되면 자금 조달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중국 부동산발 위기도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했고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中融)도 투자자들에 대한 투자금 지급을 중단해 투자자들이 시위에 나섰다. 정부는 중국 내 부동산 충격이 국내 금융권에 미칠 영향은 일단 '제한적'이라면서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시작으로 중국 경제 전반은 물론, 채권을 보유 중인 운용사나 금융기관 등에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