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보이지 않는 中 경기 침체, 국내 증시로 전이
2023-08-16 18:30
코스피·코스닥 등 아시아 증시 일제히 마이너스
삼성증권, 중국 경제 성장률 5.3% → 5.0% 하향
삼성증권, 중국 경제 성장률 5.3% → 5.0% 하향
중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가 아시아 증시를 덮치면서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실물지표가 부진한 데다 부동산 시장 마저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진입했다는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국내 증권가에선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국내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16일 코스피·코스닥 양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한 것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를 중심으로 중국 경기 불안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부담 등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을 높였다. 아시아 증시 역시 위험 회피 심리가 퍼지면서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6년 만에 유커(중국인 관광객) 단체 관광이 재개되면서 동반 상승했던 중국 소비주도 오름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LG생활건강(-7.07%), 아모레퍼시픽(-3.42%), 아모레G(-2.29%), 한국화장품제조(-3.66%), 하나투어(-2.64%) 등은 일제히 떨어졌다. 중국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면서 이들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투자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가 국내와 아시아 증시 전반에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내 다른 부동산 업체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제기되면서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발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번지고 있다.
15일 발표된 부진한 중국 실물지표도 증시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산업생산은 3.7% 늘었다. 소매판매 증가 폭은 로이터통신 예상치인 4.5%에 비해 낮았고 산업생산 증가율도 로이터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인 4.4%를 밑돌았다.
중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0.3% 하락했다.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돼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년 만기 MLF 대출금리를 종전 2.65%에서 2.50%로 15bp(1bp=0.01%포인트) 내리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뒷북 금리 인하'라는 평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7월 실물지표로 중국 경기가 하반기 저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양책과 경기 사이클을 감안하면, 중국 경기는 저점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제한적인 정책 여력과 더딘 구매력 개선 때문에 경기 회복은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삼성증권은 중국 경제 부진이 7월 들어 심화됐고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시장 부진은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인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고 가계자산 중 70%가 부동산 관련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에도 부정적"이라며 "2023년 중국 성장률 전망을 5.3%에서 5.0%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국내 경기에도 장단기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질서 있는 침체 리스크'로 하반기 국내 경기 반등 동력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원화 가치 약세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역시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한 부채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어 신용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