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칼럼] 중국 부동산發 세계경제 위기? …가능성은 '글쎄'
2023-08-16 16:24
목마른 놈이 먼저 샘 파는 것은 비즈니스든 정치든 마찬가지다. 2024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정부는 앞이 안보이자 역사책을 펴봤다. GDP성장률이 2% 미만이면 집권당이 대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선거판의 명언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가 생각났고 바이든 정부는 마음이 급해졌다.
미·중이 박 터지게 싸우다 히로시마 G7정상회담을 계기로 묘한 기류변화가 있다. 미국이 먼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대중전략을 바꾼다는 얘기를 대놓고 하면서 국무장관부터 재무장관 기후특사까지 중국에 먼저 보내 대화의 물꼬를 텄다.
바이든 정부는 금리가 내려야 투자가 늘고 경기가 좋아져야 선거에서 이기는데 물가 때문에 미 연준이 계속 금리인상을 하자고 하는 통에 말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물가를 낮추는 한 방법은 트럼프가 올려놓은 중국의 보복관세를 낮춰주어 수입물가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늘어나는 재정적자에 부채한도까지 올려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발행에 중국을 끌어 들여 미국채를 사게 하면 신의 한수다.
대중 첨단기술 봉쇄를 정책성과로 삼으려는 바이든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패였기 때문에 회담 끝나고 중국에서 우호적인 기자회견을 했던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으로 돌아가자마자 대중국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미·중전쟁이 기술전쟁에서 경기전쟁으로 슬쩍 전쟁터를 옮기면서, 미·중전쟁의 성격이 '싸우면서 장사하는' 투트랙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은 선거 때문에, 중국은 내수경기 회복지연에 따른 민심악화가 배경이다. 중국은 지금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라 소비의 GDP기여도가 66%나 되는 소비의 나라인데 소비가 중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바보야 경제야”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중국에서는 “바보야 경제야 그런데 경제는 심리야”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8월 들어 2022년 중국 부동산업계 1위인 벽계원(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외화채권 이자를 못 내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때 중국 부동산업계 3위까지 했던 완다그룹이 부도났고 25위 업체인 원양그룹이 부도설에 휩싸이면서 중국 증시가 급락했다. 서방언론에서는 중국 부동산발 경제위기설이 넘쳐나고 있다. 2021년 헝다부동산이 부도나면서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부동산발 경제위기가 날 가능성은 낮다. 서방은 중국의 부동산업이 GDP의 30%를 넘어선다고 하지만 이는 과장이고 2020년 이후 평균이 13%, 최고치가 15%선이다. 2021년 헝다부동산이 부도나면서 중국부동산발 경제위기설이 난무했지만 별일 없었던 것은 중국 100대 부동산업체 매출 중에서 1위였던 헝다의 매출 비중은 6.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23년 8월 들어 부도설이 난 벽계원의 시장점유율은 5.4% 완다그룹이 0.3%, 원양그룹이 0.9%로 3개회사 전체 시장점유율은 6.6%에 그친다.
중국의 9위 정도의 중롱신탁이 일부펀드 지급불능사태가 벌어지자 서방언론에서 부동산여파가 신탁까지 번졌다고 난리지만 2022년 중롱신탁의 부동산분야 투자규모는 전체 운영자금의 10.7%에 그치고 있고 신탁업 전체로 보더라도 부동산 투자비중은 8.1%선에 불과하다.
지금 중국은 겉으로는 큰소리 치지만 속은 말이 아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리오프닝의 이벤트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북경대 박사 출신의 “수재 총리” 리커창 총리보다 실무에 밝고 주석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실세 총리”가 집권하면 경제가 날아갈 것 같은 기대를 했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끝났다.
중국은 새 정부 들어 내수중심 성장을 천명했지만 3월 내수소비가 두 자릿수 성장에서 6월에는 3%로 추락하더니 7월에는 2.5% 증가에 그쳤다. 3월에 두 자릿수 증가를 했던 수출도 6월에는 -12%로 추락하더니 7월에는 -15%로 감소폭을 더 키웠다. 소비자물가지수도 6월에 0%로 가더니 7월에는 -0.3%로 마이너스로 진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2분기 GDP성장률 6.3%는 무색해졌고 3분기는 더블딥이고 경기침체가 눈앞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 발등에 불 떨어졌다. 미·중전쟁보다 내수전쟁이 더 급해졌다. 중국은 7월 17일 이후 8월 1일까지 16일간 정부와 당이 6차례의 정책회의를 하고 10개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하루에 1가지씩 “정책폭탄”을 퍼붓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간 규제일변도에서 부동산경기 하강에 대출규제, 구매규제, 수량규제를 다 풀었다.
중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단체해외관광도 풀었다. 잔치 벌여 놓고 손님 없어 민망해지는 상황을 막고 내수부진을 외국인 관광객 유치로 풀어보려는 의도가 보인다. 채권시장의 자금유출과 FDI(외국인직접투자)의 감소에 대응해 대대적인 외자유치정책도 동시에 발표했다. 전방위적인 내수부양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디리스킹으로 대중전략을 전환했다. 서방언론이 벽계원, 중롱신탁 부도사태를 중국판 서브프라임으로, 중국발 세계경제위기로 몰고 가는 것은 과한 해석이다. 중롱신탁과 벽계원, 완다, 원양그룹의 부동산 익스포저와 시장점유율을 보면 찻잔 속 태풍이다. 만기연장과 대출구조를 조정하면 되는데 이를 서방은 하는데 중국은 못한다고 보는 것은 난센스다.
이번 벽계원 부도사태는 아이러니지만 중국의 하반기 경기회복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내수소비가 살아날 때까지 정책과 금융지원을 퍼부을 것이기 때문이다. 8월 24일은 한·중수교 31주년이다. 작년 30주년은 시끌벅적 했지만 대중무역적자가 커지면서 올해는 조용하다. 중국은 경기가 바닥 다지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모든 정부부처가 나서서 전방위적인 내수경기부양에 올인하는데 중국에서 뭘 팔고 뭘 벌 것인지는 고민 않고 탈중국, 중국위기론만 줄창 되뇌는 것은 의미 없다. 이미 디리스킹 전략으로 돌아선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사우디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