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스타트업 아이디어 꿀꺽] 유명무실한 김주현표 '지정대리인'···고개 드는 핀테크 홀대론
2023-08-14 05:05
핀테크 기업에게 금융회사 업무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지정대리인' 제도가 유명무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은행권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으로 분주했던 금융위원회 업무에서 핀테크 업무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관측도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금융위가 화두로 꺼내든 '금융의 BTS' 육성에서 핀테크가 빠진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김 위원장의 취임 이후 지정대리인 심사는 올해 6월 한 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당시 선정 업체도 1개뿐이었다. 지정대리인 제도는 핀테크 기업이 △은행 대출 심사 △보험금 지급 △카드 발급 심사 등과 같은 핵심 업무를 위탁받아 혁신성이 담긴 기술을 금융 서비스에 활용해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핀테크 기업의 혁신성을 금융권에 도입하는 내용으로,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실제로 지정대리인 위원회는 지난 2018년 10월 첫 회의를 개최한 뒤 올해 상반기까지 9회 열렸다. 약소하게 열린 회의까지 포함하면 총 11회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4회 △2020년 3회 △2021년 2회 △2022년 0회 △2023년 1회다. 총 11회 열린 회의 중 10회는 김 위원장 취임 전에 모두 열렸다.
금융위는 금융규제 테스트베드 관련 제도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대리인 △위탁테스트 등을 운영 중인데, 핀테크 기업에 기회를 열어주는 지정대리인 제도의 활용은 현저히 줄었다. 핀테크 기업이 개발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기존 금융회사에 위탁하는 '위탁테스트'의 경우도 금융위는 제도 초기인 2018년 이후로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기존 금융회사가 비금융 서비스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논의는 올해 3차례나 열렸다. 기존 금융업권 내에서도 영향력이 큰 금융지주사와 은행, 막대한 자본을 가진 빅테크는 당국의 지정을 받아 직접 금융서비스를 만들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핀테크 업체들에게 핵심 금융 업무를 맡길 이유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