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림역 살인예고' 20대 구속기소…"여성 향한 증오범죄"

2023-08-11 11:01

[사진=연합뉴스]
신림역에서 여성에 대한 무차별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게재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신림동 흉기난동’ 이후 모방범죄 예고 글에 대해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김수민 부장검사)은 11일 이모씨(26)를 살인예비와 협박,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24일 인터넷 게시판에 “수요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작성하고, 신림역 인근을 지나는 여성을 살해할 의도로 길이 32.5㎝의 흉기 등을 구매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씨에 대해 협박 혐의를 적용하고, 이씨 휴대전화 등에 대한 재포렌식을 통해 살인예비 혐의도 추가로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휴대전화로 살인범 유영철, 이춘재, 전주환의 얼굴 사진을 검색하고 ‘묻지마 살인’을 망설이는 그림 등도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범죄가 여성에 대한 혐오감과 증오심에서 비롯된 ‘혐오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그가 올해 3월부터 약 5개월간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한녀’ 등의 표현을 통해 약 1700개의 여성 혐오성 글을 게재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씨가 작성한 ‘죄다 묶어놓고 죽이고 싶다’, ‘2분이면 10마리 사냥 가능’ 등의 게시글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씨가 무직 상태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게임과 인터넷에 빠져 지내던 중 자신의 불행한 처지가 여성들 때문이라는 혐오심에서 범행에 나섰다고 봤다. 검찰이 통합심리분석을 진행한 결과, 이씨에게는 높은 피해의식과 비관적 사고, 적개심으로 인한 양분화된 행동 특성이 드러났다.
 
검찰은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전담수사팀이 직접 공판을 전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 불안감 증폭과 치안 행정력 낭비를 야기하고, 잠재적 고위험 범죄자가 범행을 실행하도록 만들 수 있는 살인 예고 행위에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