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담합 철퇴 下] 정부, 입찰 담합에 공동손배로 적극 대응…"파산 각오해야"

2023-08-13 17:15
아스콘 조합 3곳 "납부 여력 없다" 파산신청…법원 "위법행위 면죄부" 모두 기각
정부·지자체, 관급 입찰 감독범위 확대…손해입증 쉽도록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고질적 입찰 담합에 대한 과징금 납부는 물론 법원을 통한 적극적인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면서 최근 파산 위기에 몰린 업체마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정부가 입찰 담합에 대한 감독 범위를 추가로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예고한 가운데 관급 입찰 담합에 대한 공동 손해배상 대응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징금 이어 손배 줄소송···아스콘업체 파산신청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은 지난 6월 아스콘 입찰 담합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27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3개 조합 등에 대해 파산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이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지자체 등에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이들 조합은 과징금을 포함해 31억원 상당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해당 조합은 공정위의 과징금 납부 명령에 이어 정부·지자체 40여 곳이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자 "과징금과 손해배상액을 납부·변제할 자력이 없다"며 파산신청을 낸 바 있다. 영세한 업체들로 구성된 일부 조합은 이를 부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의 신청을 사실상 ‘파산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아스콘 조합들은 입찰 담합 행위로 대한민국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면서 “자신들 행위로 발생한 채무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파산 절차를 이용하는 것은 파산제도 취지나 기능에 반하고 위법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아스콘과 레미콘 등 관급 입찰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입찰 담합이 빈번했다”면서 “영세 업체들이 파산하는 절차를 통해 이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는데 최근 법원이 담합을 진행한 업체들에 대해서는 이를 파산 남용으로 봐서 이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업체 규모에 따라 입찰 담합으로 파산에 가까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공동 대응 추세···"개정법 영향으로 소송 늘 것"

입찰 담합 특성상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렵고 산정 자체에도 시간이 걸려 소송에 많은 시일이 소요되다 보니 정부도 최근 관급 입찰 담합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자체·공기업과 공동 대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법조계는 분석한다.  
 
최근 관급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11개 철강 제조업체에 대해 정부는 관련 지자체 및 공기업 200여 곳과 손해배상 청구에 이어 현재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에 나선 상태다. 손해액 산정에만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정한다. 아스콘 손해배상 소송은 소 제기부터 1심 결론이 나기까지 약 4년 소요됐다. 입찰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과 관련한 내용이 재판의 주요 쟁점이었다.
 
정부는 최근 관급 입찰 담합에 대한 감시·감독 범위를 넓혀 과징금 부과와 손해 입증이 더욱 수월하도록 한 공정거래법을 추진하고 있다. 입찰 담합 적발을 위한 자료 제출 대상 기관을 현재 국가‧지자체 등에서 지방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근배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관급 입찰에서 납품 업체의 공급 기관이 다양해졌고, 손해액을 '일도양단'하기 어려운 성격의 소송이기 때문에 주로 경제학자들에게 손해액 산정 용역을 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히 소송에 걸리는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공공기관과 정부가 한꺼번에 공동 원고 형태로 소를 제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