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날카로운 칼날에서 근로자 손 지키려면
2023-08-09 09:39
"칼이 달린 모터가 돌아가는데 맨손으로 일을 해요. 보고 있으면 조마조마해요. 손이 닿으면 그대로 잘리는 거예요."
한 대형노무법인 공인노무사 A씨는 최근 지방출장을 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지방 소재 영세기업에 방문해 근로자 안전 보호를 위한 조치에 대해 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영세기업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취업한 어린 근로자들이 일하는 경우도 흔하다. A씨는 "근로자들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을 보호장비 없이 다룬다"며 "위험성을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산업재해에 대한 큰 인식이 없는 사회초년생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문제는 사업 지원 대상 기업이 현저히 적다는 점이다. 올해 50인 미만 기업 1만곳의 컨설팅을 마친다는 게 공단 목표다. 공단에 따르면 건설업을 제외한 50인 미만 기업은 전체 62만곳에 달한다. 사업 지원 대상 기업이 전체 1%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산업재해로부터 근로자들을 지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사업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시행됨에 따라 추진됐다. 중대재해 발생을 막고 사업주 처벌 가능성을 낮추자는 게 사업 취지다. 중처법은 2021년 1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1월 시행에 들어갔다. 그간 3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사업 추진 속도는 더디다. 사업이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근로자를 지키기 위한 중처법 확대 시행에도 이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영세기업이 다수다. 고용부 '2023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산재사고 사망자는 총 128명이다. 이 중 50인 미만 기업 근로자가 79명(67%)에 달했다. 이제는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 하겠다'는 중처법 제정 취지를 보여줘야 할 때다. 고용부가 사업 확대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