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짓눌린 청년들…'20대 이하' 주담대 연체율 역대 최고 수준
2023-08-07 18:00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자 앞서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대출을 크게 늘려 주택을 구입한 이른바 ‘영끌족’들이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이가 많지 않은 사회초년생들이 대출 등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탓에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20대와 그 이하 세대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은 0.44%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를 산출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에서는 해당 연체율이 지난 5년을 넘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청년층 주담대 연체율이 급등하는 것은 최근 젊은 층의 부동산 구입이 늘면서 주담대 규모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에서 이뤄진 월별 부동산매매 중 20대 이하 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2019년 이후 4~5%대에 이어 2020년 말 6%대로 올라섰다. 이 비중은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고 2021년 말에는 7.2%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금감원 통계에서도 20대 이하 세대의 주담대 잔액은 2018년 3분기 13조47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34조2500억원으로 20조7800억원(154.3%) 급증했다. 전체 주담대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2.8%에서 5.4%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 이후 1년 넘도록 0.5%를 유지하던 국내 기준금리가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는 1년 6개월도 안되는 기간에 무려 3%포인트나 올라 현재 3.5%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금리 급등세가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그에 따른 빚 상환 부담 확대가 대출 차주와 연체율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한 보증부 청년 전·월세 대출 정책상품이 연체율 확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청년층의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이 상품은 19~30세 청년을 대상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대출 차주의 상환능력과 신용도 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 일반 대출상품과 달리 무소득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체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