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에 늘어난 대출여력...부채 축소 가능할까

2023-08-07 16:00

[사진=연합뉴스]


국내 은행권에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는 매달 상환하는 원리금이 줄어들어 더 많은 금액을 융통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갚아야 할 이자 규모는 늘어난다. 이처럼 만기 확대로 인해 늘어난 대출 여력이 가뜩이나 관리가 필요한 가계부채 규모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이 지난 4일 주담대 상품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늘렸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Sh수협·NH농협·하나·KB국민·신한은행이 최대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놨고 아직 검토 중인 우리은행까지 해당 상품을 도입하면 6대 은행이 모두 주담대 최장 만기를 50년으로 설정하게 된다.
 
주담대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을 받는 차주가 매달 상환해야 할 원리금 부담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만약 A씨가 3억원을 40년 만기 연 5% 금리(원리금 균등 상환)로 대출받으면 월 상환금은 144만6590원이다.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월 상환금이 136만2416원으로 낮아져 매월 8만4174원가량 부담이 줄어든다.

또 만기가 늘어날수록 연간 원리금 상환비율에 맞춰 금융소비자가 더 큰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다. 현재 받은 모든 대출에 대한 원리금이 연간 총 소득 대비 40%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서다. 이를테면 연봉이 5000만원인 B씨가 연 5% 금리로 주담대(원리금 균등 상환)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만기 40년이면 최대 3억456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동일 조건으로 만기가 50년이면 금액이 2140만원 늘어난 3억6700만원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효과에 힘입어 '50년 만기' 주담대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금융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 올해 초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한 Sh수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2일까지 전체 주담대 중 50년 만기를 선택한 비중은 건수 기준 86%, 금액 기준 90%를 차지했다.

금융당국도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대해 적극 독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가계대출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금리 상승기에 취약 차주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으로 '초장기 정책모기지' 도입을 제시했다. 그에 이어 정책금융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작년 8월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초장기 대출 상품 공급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작지 않다. 우선 금융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총 이자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앞서 예로 든 A씨는 만기가 40년일 때 3억9436만3105원을 이자로 납부하면 되지만, 만기를 10년 늘린 50년일 때는 이자 규모가 5억1744만9784원으로 1억2308만원가량 추가 부담해야 한다. 
 
또한 늘어난 대출 여력에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선 통화당국 정책에도 적신호가 켜지면서 자칫 물가와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금융통화위원들은 “국내 가계부채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437조3976억원으로 3개월 째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