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진화하는데..계좌이체형 피해 아니면 신속 구제 난항

2023-08-03 13:33
계좌이체형 범죄 줄고, 가상자산 등 신종 유형 늘어

지난달 5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서 전문적인 분업화를 통해 중국에서 걸려 온 전화번호 앞자리를 '070'에서 '010'으로 표시변작해 전화금융사기 범죄를 벌인 일당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압수ㆍ증거품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이 출범 1년 만에 범죄 피해액을 30% 줄인 성과를 보였으나 피해자 구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기존 법으로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어서다.
 
합수단은 3일 출범 1년간 성과를 발표하는 브리핑을 열고 올해 상반기 피해금액이 2050억원으로 전년 동기(3068억원) 대비 34%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5438억원으로 전년 동기(7744억원) 대비 30% 감소했다.
 
합수단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수익 신속 환수를 위해 노력한 결과 68억원의 범죄수익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조직원들이 소유한 예금채권, 부동산, 차량 등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 추징보전 조치하는 한편, 범죄수익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범죄단체' 법리를 적용해 범죄수익 환수를 꾀했다.
 
현행법상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피해금을 신속히 돌려받을 수 있다. 2011년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환급에관한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개정해 피해금 환급절차를 재정비한 덕분이다.
 
그런데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서 규정한 보이스피싱 유형에 해당하지 않아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현행법 적용 대상인 범죄 유형은 줄어드는 반면, 유형에서 벗어난 범죄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인 범죄 유형은 '계좌이체형'으로 피해자가 사기범의 계좌로 피해금을 송금·이체하는 경우다. 2018년 해당 유형이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93%(3만1585건)를 차지한 반면 2021년에는 27%(8230건)로 줄었다. 계좌이체형 범죄가 줄어든 만큼 △대면편취형 △출금형 △절도형 보이스피싱 범죄 유형 비중이 늘었다.
 
현행법은 피해자가 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계좌 또는 사기에 이용된 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계좌이체형이 아닌 범죄 유형 피해자들은 사기 이용 계좌를 알 수 없어 신속한 피해 구제가 어렵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8일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 관련 보고서에서 "사기 이용 계좌를 알아낼 수 있는 수사기관이 직접 금융기관에 지급정지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상자산과 간편송금 서비스를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도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가상자산거래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2020년 약 82억원에서 지난해 약 199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금융위는 가상자산에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피해 방지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법이 포괄하는 범죄 유형이 늘어나더라도 피해자가 직접 피해구제를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피해구제를 대행하는 통합신고대응센터를 마련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센터가 피해자에게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으면 범죄 유형과 상관없이 피해자를 대신해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신속한 계좌의 지급정지 및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피해자가 얼마나 빨리 보이스피싱 범죄를 인지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과 대응방안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