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권 M&A 논의 활발하지만…열약한 재무건전성 발목잡나

2023-08-02 15:21
매물들, 킥스 비율 권고치 하회하거나 기준 미달
되레 매수자 신용도·재무건전성 저하 요인될 수도
"추가 투입 자금, 몇 년간 얼마나 투입될 지 장담 못해"

[사진=각사 제공]

최근 KDB생명에 이어 ABL생명도 매각이 가시화돼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열약해 최종적으로 M&A가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매물 인수 뒤에도 이들의 재무 정상화를 위해 인수자금 외에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고 매수자 측 신용도와 재무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투입 자금 규모와 투입 기간을 예측할 수도 없어 매수자들이 완주할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ABL생명 예비입찰에 다수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구체적 업체 수와 사명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실사 등 과정에서 최종 논의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상황을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들 매물의 재무건전성이 열약해 최종 인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부터 도입된 재무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수치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ABL생명은 111.4%, 선택적 경과조치 적용 수치도 163.6%를 기록해 당국 권고 수준(150%)을 겨우 턱걸이했다. 

KDB생명 킥스 수치는 같은 기간 47.7%이었으며 경과조치 적용 수치도 101.7%에 불과했다. 이 밖에 매물로 나와 있는 MG손해보험도 3월 말 기준 경과조치 전후 킥스 수치가 각각 65.0%와 82.6%로 나타나 규정 수치를 하회했다.

보험업법에선 해당 건전성 수치를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비율이 높을수록 양호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국은 킥스 도입 첫해임을 고려해 해당 수치가 안정적 수준에 이를 때까지 신청 업체에 한해 신규 위험액 등에 대한 측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경과조치를 시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인수 자금은 물론 추가 투입 자금 규모에 따라 인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KDB생명 매각가가 2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 투입 자금까지 더해 합계가 1조3000억원을 상회하면 하나금융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한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3월 말 이중레버리지비율과 부채비율은 123.2%와 38.2%로 동월 말 은행금융지주 평균 109.9%와 29.3%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당국 권고수준인 이중레버리지비율 130% 이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수 자금과 추가 투입 자금 합계가 1조2790억원 이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편에선 MG손보 사례에서 보듯 인수 뒤에도 반짝 효과 후 재무건전성이 다시 악화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MG손보는 사모펀드에 매각 후 수천억 원을 수혈받았지만 결국 지난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