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사고 싶은데…돈은 없고] 잘 나가던 명품 브랜드, 백화점서도 안 팔린다

2023-07-30 19:00
백화점 3사, 전년比 소폭 성장에 그쳐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재개 등 소비 분산
"명품 매출 거품 빠져...실적 둔화 불가피"

[그래픽=아주경제]
백화점 명품 매출에 제동이 걸렸다. 엔데믹으로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명품 보복 소비 대신 해외여행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소비 심리마저 크게 위축됐다. 명품 판매 증가로 지난해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백화점이 불안한 이유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3사의 올해 상반기 명품 매출 신장률은 평균 4.9%로 지난해 매출 신장률을 크게 밑돌았다. 
 
◆백화점 명품쇼핑 대신 해외여행... '소비 분산' 본격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명품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46.3%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률은 20~30%에 달했다. 

명품 매출에 이상징후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매일 새벽 백화점 명품 매장에 늘어섰던 '오픈런' 현상이 사라진 것도 이 무렵부터다. 명품 성장세 역시 명품소비가 활발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소비 분산'에 따른 결과다. 엔데믹에 돌입하면서 야외 활동이 늘어났고, 해외 여행이 재개됨에 따라 소비가 명품 등 쇼핑 중심에서 해외 여행으로 분산됐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한 것도 명품 매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년에 두 차례 이상 인상되는 명품 가격도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샤넬과 루이비통 등 주요 명품 브랜드는 연간 4~5번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주요 제품 가격이 매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치솟고 있는 셈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기간에 소비가 명품으로 쏠리는 현상이 이어졌다면, 올해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면서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백화점 VIP 고객들마저 해외여행 재개로 백화점 방문을 줄이면서 매출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엔데믹에 역기저 효과 본격화... 백화점업계 상반기 실적 전망 '암울'

지난 몇 년간 백화점 업계의 성장을 주도한 명품 매출이 꺾이면서 백화점업계도 성장 동력을 잃었다. 명품 외에도 리빙, 가전, 골프 등 팬데믹 수혜를 입었던 분야의 매출이 줄줄이 빠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 추이를 보면, 백화점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18.4%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 폭이 급감한 것이다. 

올해 월별 매출 증감률을 살펴보면 1월은 3.7% 감소했고, 2월(8.6%)과 3월(9.5%)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4월 2.5%로 매출 증가율이 둔화하더니 5월 -0.2%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6월은 다시 성장세를 보였지만 매출 증가율은 0.3% 수준이었다.

이는 올해 3분기 백화점 3사의 실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세계 매출은 1조7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8%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1549억원으로 17.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백화점 2분기 매출은 1조21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2%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694억원으로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화점업체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역기저로 실적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명품으로 소비가 분산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명품 신장률은 둔화했지만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명품으로 백화점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성장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거품이 빠지고 평년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올 상반기에는 신규 점포 개점으로 인한 매출 상승효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백화점업체 실적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