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논란에 칼 빼든 고용부..."하한액 낮추고 지급대상 늘려야"

2023-07-24 17:11
평균임금의 60% 수준 실업급여 법안 발의

실업급여 개선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17일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신청 창구가 분주하다.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그간 제기돼 온 각종 실업급여 논란에 칼을 빼들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토대로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는 한편,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 요건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춰 의도적인 반복수급 등의 문제 해결을 넘어 더 많은 근로자를 포괄하도록 고용보험 제도를 확대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고용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올해 안에 고용보험 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실업급여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보겠다고 밝혔다. 김성호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수급자 근로의욕을 제고하고 구직활동을 촉진해 수급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실업급여 제도를 개편하겠다"며 "올해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할 계획"고 말했다.
 
최저임금보다 많은 실업급여·반복수급 등 '손질'
먼저 최저임금 세후 소득보다 높은 실업급여 하한액을 손질한다. 지난해 기준 최저 월 실업급여 하한액은 184만7040원으로 최저임금 근로자 세후 월 근로소득 179만9800원보다 4만7240원 많은 상황이다.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 73.1%가 하한액을 적용받는다. 이 중 38.1%는 실직 이전 세후 월 근로소득보다 높은 실업급여액을 받고 있다.

실업급여 지급 요건인 재직 당시 근무기간도 늘려 제도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을 근로해야 하고 120일 이상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하다. 실직근로자의 구직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실제 수급기간 내 재취업률은 감소 추세라는 것이 고용부의 문제의식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스위스·일본 등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실업급여 수령을 위해 필요한 재직 당시 근로기간이 실직 전 2년 중 12개월인 데 비해 짧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실업급여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은 28.0%로 2013년 33.9%와 비교해 5.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지난 13년간 실업급여 수급자와 지급액은 급등했다. 2021년 기준 수급자는 178만명으로 2009년 127만명 대비 51만명 늘었다. 2021년 기준 실업급여 급여액은 12조625억원으로 2009년 3조5990억원보다 3배 이상 뛰었다.

실업급여 반복수급자가 최근 5년간 증가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업급여 반복수급자는 지난해 기준 10만2321명으로 2018년 8만2284명에서 2만37명(24.4%) 늘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한 사업장에서 실업급여 9126만원을 24회에 걸쳐 수령한 사례도 있었다.

고용부는 전향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에 발의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현재 고용보험법 제46조에 규정된 '구직급여일액'에 따라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 80% 수준으로 설정되고 있는데, 개정안은 구직급여일액을 평균임금의 60% 수준으로 산정했다. 법안은 또 실업급여 지급요건인 재직 당시 근로기간을 180일에서 10개월로 연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업급여 하한액 낮춰야...지급대상 확대도"
전문가들은 구직의욕을 떨어뜨리는 실업급여 하한액을 단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괄적으로 대폭 인하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현재 실업급여 하한액이 높아 구직의욕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다. 실업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업급여로 지급되는 금액을 낮추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실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급액을 낮추거나 일시적으로 지급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인하하는 등의 대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한액을 낮추는 만큼 더 많은 실직근로자를 포괄하도록 고용보험 제도를 확대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부가 의도적인 실업급여 반복수급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고용보험 보장성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도 적용 대상이 너무 적다"며 "고용보험에 가입된 대상이 좁고 비정규직의 경우 차별적으로 이뤄지는 등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문턱을 못 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급기간이 짧아 구직을 위해 반복수급할 수밖에 없는 사례 지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