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있는 낡은법…"시대 변화 못 담는 동일인 지정제도 명칭부터 바꿔야"

2023-07-19 09:14

경제계가 그룹 총수를 일컫는 용어인 동일인 관련 명칭 변경을 촉구했다. 대부분 기업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고, 친족관계와 무관한 지배구조도 등장했는데 여전히 1980년대 만들어진 낡은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1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전날 정부에 '동일인 지정제도 개선과제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20일까지 관련 지침 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제정안은 동일인 판단기준·동일인 변경·동일인 확인절차 등을 새롭게 정하고 있지만, 대한상의 측은 "더 나아가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의가 제출한 건의서에는 △동일인 지정 △동일인관련자 범위 △과도한 형벌조항 △공정위 지침(안) 등 4대 분야에서 8건의 개선과제 등이 담겼다.

상의는 건의서를 통해 "지난 1986년 기업집단 규제와 함께 도입된 동일인 지정제도는 단지 기업 규모를 이유로 제재하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인데 40년 가까이 묵은 규제 틀을 고수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에 없는 개념인 동일인은 국내법령 중에서 공정거래법,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은행법의 경우 1982년 처음으로 동일인이라는 용어를 사용, 1994년 동일인 정의 규정을 했다. 공정거래법은 1986년부터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의 규정이 없다.

이 용어가 사용된 1986년 당시에는 한 기업의 총수가 여러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를 맡는 경우가 많아,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일인 지정 제도가 생겼다. .

경제계는 현재 그룹 총수가 2개 이상 기업의 CEO를 맡는 경우가 흔치 않고, 기업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어 동일인이라는 표현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상속으로 오너의 지분율이 희석되고, 가족에 대한 관념도 변화했다. 또 상속·경영권 분쟁이 있는 기업도 있고 IT·온라인유통·게임 등 새로운 대기업 집단이 출현하면서 친족관계와 무관한 지배구조도 등장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지정자료 제출 및 공시의무 등을 부담하고, 미이행시 형벌 등 제재를 받는다. 그럼에도 법률상 정의규정과 위임조항이 있지 않아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또 은행법상 동일인 개념은 본인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인까지 포함,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개념과 달라 기업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동일인을 자연인(총수)으로 할 것인지 법인(최상단회사)으로 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이와 관련 상의는 "동일인을 법인(최상단회사)으로 할 것인지 또는 자연인(총수)으로 할지 기업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시책의 준거점이 되는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 행정예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