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백악관 달려간 美 반도체 CEO들 "융단폭격식 中 제재 자제해달라"

2023-07-18 15:29
美 경제·안보 수장, 반도체 CEO들 만나…변화 이끌까
매출 반토막 불 보듯…업계 "자제하라" 한목소리



미국 주요 반도체 회사 최고경영진(CEO)들이 백악관으로 달려갔다. 바이든 행정부의 융단폭격식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가 미국 반도체업계 숨통마저 조이자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가 ‘제재 자제’를 한목소리로 외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업계 의견을 얼마나 반영할지가 반도체 전쟁 향방을 결정짓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美 경제·안보 수장, 반도체 CEO들 만나···변화 이끌까
17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최고위 관료들은 이날 백악관에서 회의를 열고 반도체업계와 신규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NSC) 등 미국 안보·경제 사령탑들이 참석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인텔, 퀄컴, 엔비디아 CEO가 자리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은 (업계와)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 문제에 대한 견해를 공유했다”며 “특히 반도체업계가 공급망 이슈와 중국 내 사업 수행을 어떻게 보는지 등과 관련해 각 업체 CEO에게 직접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익명의 소식통들은 칩스법(반도체 과학법)을 통한 정부 지원 가속화 방안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으로 미국 반도체 회사의 중국 시장 접근을 차단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안건으로 다뤄졌다고 말했다. 이 밖에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광물 수출 통제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는 바이든 행정부가 신규 추가 제재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업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첨단 반도체 대중국 수출 통제 잠정 규정에 대한 최종 규정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에 대해서도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추가 제재를 준비하는 등 융단폭격식 제재가 가해지는 형국이다. 
 
추가 제재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달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판매 금지 조치로 인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미국 산업이 주도할 기회를 영구적으로 잃을 것”이라며 추가 제재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반도체업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진다면 미국 정부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매출 반 토막 불 보듯···업계 “자제하라” 한목소리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에만 초점을 맞춰 제재를 촘촘하게 설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도체업계는 이미 제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반도체 단일시장인 중국을 잃는다면 수익 급감은 불 보듯 뻔하다.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구매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총 1800억 달러였다. 전 세계 구매액(5559억달러) 중 약 33%에 달한다.
 
이날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반도체 회사들 면면을 봐도 중국 시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볼 수 있다. 퀄컴의 전체 매출 가운데 64%가 중국에서 발생한다. 엔비디아와 인텔의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1%, 27%에 달한다.
 
같은 날 굴지의 반도체 회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SIA가 “지나치게 범위가 넓고 모호하고, 때로는 일방적인 제한을 부과하기 위한 반복적인 조치들은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공급망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면서 추가 제재 자제를 요청한 점도 미국 정부에는 부담이다. SIA는 인텔, IBM,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을 비롯해 삼성, SK하이닉스, TSMC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