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오늘 하반기 VCM 개최...'위기 극복' 신동빈의 메시지는

2023-07-17 18:30
신동빈 회장 주재로 18일 서울 잠실서 롯데 하반기 VCM 진행
롯데, 재계 순위 5위에서 6위로 하락…계열사 신용등급 잇단 강등
대내외적 위기 상황 속에서 신 회장 고강도 자구책 제시할 전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상반기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둔 롯데가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구 사장단 회의)에서 해법 찾기에 나선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에 기술탈취 논란이 겹치며 롯데의 상반기는 그야말로 암울했다.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 강등과 재계 순위 하락도 뼈아팠다.
상반기 신동빈 롯데 회장이 주문한 '기업가치 강화'도 각종 악재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VCM을 통해 직접적인 위기극복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18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그룹의 주요 경영 현안을 논의하는 '2023년 하반기 VCM'을 개최한다.

롯데는 2018년부터 매년 상·하반기에 한 번씩 VCM을 개최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한 해의 목표를 공유하다면 하반기에는 계열사별 성과를 논의하고 중장기적 사업 전략을 점검한다. 

◆롯데그룹, 재계 순위 떨어지고 신용등급 강등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와 상반기 VCM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도전 정신을 강조한 바 있다. 신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돼서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올해 롯데그룹의 기업가치는 신 회장의 도전정신과는 상반되는 행보를 보였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규모 투자는 업황 부진으로 손실을 낳는 애물단지가 됐고 기대했던 리오프닝 효과도 소비침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내수 부진과 해외에서의 손실은 롯데그룹이 포스코에 밀려 재계 순위 5위에서 6위로 한 단계 내려앉는 결과로 이어졌다. 롯데그룹이 5위권 이하로 밀려난 건 13년 만이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 여파로 롯데지주 등 주요 계열사의 신용 등급이 하락하기도 했다.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 증가와 현금 창출 능력 악화가 주요인이다.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롯데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업황 부진이 계열사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각 사의 펜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반기에도 대규모 투자... 실적 연계 기대감 증가 

하반기 롯데는 반전을 꾀하고 있다. 강점을 지닌 유통분야에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제조업부문에서는 해외 투자를 확대한다.
3분기 개점을 앞둔 베트남 하노이 프리미엄 쇼핑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하반기 롯데 유통 부문의 운명을 가를 승부처다. 롯데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K-복합몰 전진기지로 낙점했다. 이 점포는 신 회장이 각별히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외 투자도 계속된다. 투자로 인한 손실보다 중장기적인 투자로 그룹내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올 연말에는 부산에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자동화물류센터를 착공한다. 2025년 완공 목표로 20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 석유 화학 단지를 조성하는 데 약 5조원을 투입했으며, 롯데GS화학, EV(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에도 87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국내에 생산공장 3개를 짓는다는 구상이다.

신 회장은 하반기 위기 극복을 위해 유통 중심 사업 구조에서 화학과 바이오 등 사업다각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통 사업이 부진하면서 화학 부문 실적이 최근 2년간 유통 부문을 앞질렀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상무가 롯데케미칼 상무로 이동한 것도 롯데가 화학부문 육성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보탠다. 

◆롯데, 매년 두 차례 VCM 진행... '상시적 위기' 시대 극복 나선다

롯데는 2018년부터 매년 1월과 7월에 VCM을 열고 있다. VCM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참석하는 그룹 차원의 대규모 회의로 상반기에는 새해 목표를 세우고 하반기에는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재검토한다.

이번 회의에는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이영구 롯데웰푸드 사장 등 70~80여명의 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VCM에서는 처음으로 호텔군HQ 총괄대표 없이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롯데그룹 호텔군HQ 총괄대표 자리에 오른 이완신 전 대표가 취임 7개월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다.

또 올해 1월 처음 회의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겸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는 이번 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상반기 VCM은 1년 동안 운영 방향성에 대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자리라면, 하반기는 경영 환경을 분석하고 4개 사업군이 중장기 전략 어떻게 가져가고 있는지 발표하고 실질적인 사업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