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고개 내젓는 농민들..."속 문드러지니 말도 꺼내지 말라"
2023-07-16 17:53
"에휴. 됐어요. 됐어. 속 문드러지니까 취재고 뭐고 말도 시키지 말아."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근처에 있는 한 농사에서 만난 70대 노모는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손을 내저었다. 전날 폭우로 비닐하우스 전체가 침수되면서 애써 키운 오이가 모두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출하를 앞둔 오이는 포장 작업을 마쳤지만, 오이는 물론 포장 상자까지 모두 흙탕물에 젖어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비닐하우스를 꽉 채운 오이 나무는 절반 이상이 진흙탕에 빠져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재배한 오이가 나뒹굴고 있었다. 70대 노모는 "온통 물에 젖어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감자 농사를 짓는 60대 강모씨는 취재진을 붙잡고 애통한 마음을 쏟아냈다. 강씨는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에 어제(15일) 저녁에 급하게 몸만 겨우 빠져나갔다가 오늘 점심쯤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와 보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며 "목숨을 겨우 건진 것에 감사한 마음도 들지만 자식같이 키운 농작물이 저렇게 흙덩이에 묻혀 있는 모습을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울부짖었다.
농사를 지으며 휴식공간으로 마련해 놓은 5평 남짓한 컨테이너 내부는 토사로 가득 차 있었다. 업소용 냉장고와 매트리스, 작업대 등이 서로 엉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강씨 아내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엄두가 안 난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