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악화에...빅테크 '띄우기'

2023-07-13 15:42
인민일보 1면에 실린 中총리 빅테크 좌담회
코로나 팬데믹, 규제로 자신감 잃은 기업인
경기둔화에 민영기업 자신감 불어넣는 中

리창 중국 총리가 12일 플랫폼 기업 대표들과 만나 좌담회를 가졌다. [사진=중국정부망]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12일 직접 알리바바 메이퇀 등 같은 중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수장을 만나 플랫폼경제가 혁신 발전, 고용 창업, 공공서비스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최근 중국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가 짙은 가운데, 그간 규제 단속으로 위축돼 있던 빅테크를 지원사격하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민일보 1면에 실린 中총리 빅테크 좌담회
리 총리가 전날 플랫폼기업과 좌담회를 개최했다는 기사는 1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도 실렸다. 리 총리가 빅테크 수장들과 좌담회를 가진 것은 올해 3월 취임 후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좌담회에는 메이퇀·징둥·알리클라우드·샤오훙수·훠라라·더우인·핀둬둬 등 플랫폼기업 수장들이 직접 참석하거나 혹은 서면을 통해 발언했다. 
 
리 총리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 과정에서 플랫폼 경제가 전도유망하다"며 "플랫폼 기업이 내공을 쌓고 혁신을 추진해 실물경제 발전에 더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각급 정부가 공정한 시장 경쟁환경을 만들고 투자진입, 신기술·신업종 안전성 평가 정책을 완비하고,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관리감독 제도를 구비하는 한편, 기업의 합법적 경영비용을 낮춰 기업의 양호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같은 날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도 알리바바·텐센트·메이퇀 등 플랫폼기업의 기술혁신 발전이 중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발개위는 이날 그간 플랫폼 기업 현황을 조사·연구한 결과를 발표해 이들이 중국이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반도체·자율주행·인공지능·신에너지 등 기술혁신 분야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플랫폼기업들이 기술·트래픽·데이터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통산업의 디지털화 업그레이드를 촉진하고 있다고도 했다.
 
발개위는 텐센트의 클라우드·반도체에 대한 투자, 메이퇀의 무인배송 기술 투자, 알리바바의 농업 및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지원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는 그간 이어졌던 빅테크에 대한 단속이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해석돼 이날 시장에서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 주가는 급등했다. 홍콩증시에서 메이퇀 주가가 4.34% 급등한 것을 비롯해 텐센트(1.86%), 알리바바(1.24%) 주가도 큰폭 상승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도 중국 빅테크 주가는 2~4%대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지난 2020년 10월 말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공개 행사에서 중국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비판한 것을 계기로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를 비롯해 텐센트·메이퇀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고삐를 조여왔다. 대만 중앙통신은 중국 당국의 2년여에 걸친 '빅테크 때리기'로 중국의 5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시가총액이 약 1400조원 사라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경기둔화세 속 민영기업 자신감 불어넣는 中
빅테크뿐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 속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 소비마저 회복세가 둔화하자 민간기업과 외국인 투자 활성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 경제 관련 부처들은 잇달아 민영기업 좌담회를 개최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7월 들어서만 발개위, 상무부, 공업정보화부 등에서 모두 5차례 기업 좌담회를 열고 민간기업 의견을 청취했다고 중국 증권일보는 보도했다. 

특히 장산제 발개위 주임(장관급)은 3일, 10일 두 차례에 걸쳐 룽지솔라(태양광), 바이두(인터넷), 춘추여행, 농푸싼취안(음료), 위안퉁(택배), 싼이중공업(중공업), 보쓰덩(의류) 등 기업 수장들과 만나 좌담회를 갖고 민영기업의 경영현실과 문제, 정책 건의를 청취했다. 

주커리 중국 신경제싱크탱크 원장은 "이는 정부가 민영경제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준다"며 "시장과 기업의 수요를 더 잘 파악해 정책 조치를 강화함으로써 기업이 더 잘 발전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민영경제는 중국 세수의 50%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 기술혁신의 70% 이상, 고용창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 전망과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민영기업의 투자는 활력을 잃고 있다.

올해 1~5월 민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했다. 민간투자가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것은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또 올해 1~5월 연매출 2000만 위안 이상 주요 제조업기업 이익을 살펴보면, 민영기업의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3% 줄었다. 같은 기간 국유기업 이익이 17.7% 하락한 것보다 낙폭이 훨씬 크다.

톈쉔 중국 칭화대 우다오커우 금융학원 부원장은 "민영경제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민영기업인의 자신감 부족"이라며 "자신감을 살리기 위해 시장과 정부 간 관계를 잘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샹시 중국재정과학연구원 원장은 “재산권 보호, 공정한 경쟁 심사 등은 명확해야 한다”며 “이는 예측을 안정시키고 자신감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