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의존도 낮춰라"....자사몰 리뉴얼하는 식품업계
2023-07-12 16:40
오리온·초록마을, 자사몰 잇달아 개편...고객 편의성 고려
식품업계가 자사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커머스의 경쟁력 벤치마킹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자사몰 리뉴얼을 통해 배송 속도를 높이고 취급 상품을 늘리며 충성고객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식품기업의 자사몰 강화는 CJ제일제당과 쿠팡의 수수료 갈등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커머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단독 상품의 비중을 늘리고 이원화한 자사몰을 통합하거나 배송서비스를 개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해 고객들의 이커머스 쏠림 현상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단점 보완을 위해 올해 들어 새벽배송, 당일배송, 택배배송으로 배송 서비스를 세분화했다. 배송 속도를 높여 신선식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다. 매장배송, 택배배송 등으로 나뉘어 있던 장바구니도 하나로 통합했다. 고객이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으면 가장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방식이 우선 적용되는 식이다.
상품력으로 승부수를 띄운 업체도 있다. CJ제일제당은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자사몰 CJ더마켓에서만 독점 판매 중이다. 농심 역시 현재 돌풍을 일으킨 ‘먹태깡’을 온라인몰 중 농심몰에서만 팔고 있다.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자사몰 강화에 나선 까닭은 CJ제일제당과 쿠팡의 수수료 갈등이 촉매제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CJ제일제당과 쿠팡 간 마진율 갈등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반 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식품업계에서는 새로운 불문율이 하나 생겨났다. ‘특정 유통 플랫폼에서 매출 1000억원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특정 유통채널에 의존도가 높아지면 추후 가격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 유통사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 제조사들이 CJ제일제당과 쿠팡 간 마진율 갈등을 계기로 판매채널 다변화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면서 “자사몰 경쟁력 강화는 유통채널과 가격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자사몰 영향력이 커지면 유통채널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