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5살 제주 삼다수, '한국판 에비앙'으로 해외 노크...첫 타깃은 동남아

2023-07-11 15:39

제주 삼다수가 ‘K-워터’ 시대를 연다.

취임 석 달째를 맞은 백경훈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은 ‘제주 삼다수’를 ‘한국의 에비앙’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교민사회 중심의 유통망을 현지 대형 유통채널로 변경해 교민은 물론 현지인들까지 제주 삼다수를 즐기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첫 타깃은 동남아시아다.

11일 제주도개발공사에 따르면 백 사장은 지난 4월 공식 취임 직후 임직원에게 해외 수출 전략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고 현지화를 위한 조직 개편에 돌입했다. 
 
백경훈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사진=제주도개발공사]
제주도개발공사는 이르면 9월 안에, 글로벌 영업·마케팅 전략 수립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백 사장이 수출 전략을 재편하는 배경은 기존 해외 수출 방식의 한계 때문이다. 제주 삼다수는 독자적으로 해외 유통망을 구축해왔지만 한인 마트나 현지 교민이 운영하는 매장 위주였다. 주 고객층 역시 해외 여행을 떠난 한국인 관광객이나 현지 교민으로 제한적이었다. 

백 사장은 현지인이 마시는 ‘제주 삼다수’로 수출 콘셉트를 바꿨다. 현지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물밑 접촉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 ‘에비앙’ 역시 국내에 진출할 당시 롯데칠성음료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한 바 있다. 

생수는 수출 시 물류비용과 판촉비가 추가되며 국내보다 원가율이 높아진다. 백 사장은 현지 브랜드와 가격 경쟁 대신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한다는 방침이다. 제주 삼다수를 '프리미엄 K워터'로 육성하겠다는 이야기다. 

교민 사회 위주의 유통으로 제주 삼다수의 수출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생산실적은 99만742톤(t)을 기록했지만 수출량은 8000여톤(0.8%, 500㎖ 1600만병)에 그친다. 미국, 중국 등 21개국에 진출한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백 사장이 해외 수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글로벌 생수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가정용 생수 시장 규모는 1352억800만 달러(약 170조2424억원)로, 4년 전인 2018년(925억1000만 달러, 약 116조4844억원) 대비 46% 대폭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생수 시장에서 한국(판매액 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2018년 이후 줄곧 1%대에 머물러 있다. 

백 사장은 "제주 삼다수의 해외 수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빠르면 1~2달 안에, 늦어도 연내 중장기적인 영업·마케팅 전략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내 수요가 많기 때문에 수출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국내 생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해외 수출만이 답이라고 본다. 제주개발공사는 해외 유통망이 없기 때문에 현지 유통업체와 손잡고 수출을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