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 수출량 늘며 車운반선 사업 훈풍···조선·해운업계 '반색'

2023-07-13 05:50
현대미포, 최근 PCTC 4척 건조계약
운임가 고공행진···새 먹거리 기대감

최근 잠잠하던 자동차운반선(PCTC)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이 늘면서 PCTC 발주가 이어진 영향이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조선·해운업계는 PCTC를 새 먹거리로 점찍고 있다. 

12일 영국의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PCTC 수주량은 총 44척으로 이 중 39척은 중국 조선소 물량이다. 나머지 4척은 한국이, 1척은 일본이 차지했다.

올해 글로벌 PCTC 수주량은 2021년 연 수주량인 38척을 훌쩍 넘는 규모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누적 발주량은 16척에 그쳤다. 그러다 2021년을 기점으로 수주량이 늘면서 2022년에는 90척을 기록했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이 글로벌 PCTC 물량을 싹쓸이 수주했다. 그러나 현대미포조선이 최근 레이카캐리어와 PCTC 4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하며 중국의 독식을 막았다. 


PCTC 호황은 극동발 자동차 수출량과 연관이 있다. 마크라인즈(Markline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극동 지역은 완성차 생산량 3731만대로 전체의 4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특히 중국의 수출 물량 증가로 전 세계적으로 PCTC가 부족한 상태다. 중국은 올 1분기 일본을 제치고 자동차 최대 수출국이 됐다. 중국의 올 상반기 자동차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75.7% 늘어난 214만대를 기록했다. 이 중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는 53만4000대가 수출돼 160%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 거라고 예상한 선사들이 신조 발주를 자제한 영향도 있다. 글로벌 PCTC 수는 팬데믹 이전 약 770척에서 현재 약 750척 수준으로 감소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PCTC 발주량도 늘 거라고 보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셀이 차량 하부에 넓게 장착돼 있어 일반 컨테이너선에 싣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PCTC는 수평형 방식으로 화물을 선적할 수 있어 컨테이너선에 비해 화물이 받을 충격과 낙하할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 

한국은 PCTC 건조 기술력이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하고 있는 배경이다. 현대미포가 이번에 레이카캐리어와 맺은 PCTC 계약은 척당 약 1억2950만 달러로 역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레이카캐리어가 높은 사양의 선박 건조를 희망하면서 선박 가격도 높아진 영향이다. 

PCTC 사업을 하는 현대글로비스와 유코카캐리어스 등도 대표적인 수혜기업이다. PCTC 부족에 운임 가격이 치솟고 있어서다. 지난해 1월 3만5000달러이던 PCTC의 하루 용선료(자동차 6500대를 싣는 선박 기준)는 지난해 말 기준 11만 달러로 3배로 올랐다. 용선료가 비싸졌다는 것은 해당 선박의 운임도 그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올해도 PCTC 고운임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병근 흥국증권 연구원은 "2025년까지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계속될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작년에 체결한 2023~2025년 2조2000억원의 대규모 계약이 고수익성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전기차에 특화한 선적·하역 매뉴얼을 수립하는 등 차량 운송 방식을 전동화 추세에 맞게 바꾸며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 중이다. 이에 현대글로비스는 PCTC 사업 비(非) 그룹사 계열 매출 비중을 2021년 기준 55%로 끌어올렸다. 해운사업에 본격 진출한 2010년(12%)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HMM은 최근 PCTC를 현대글로비스에 대선(선박 임대)하는 새로운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HMM이 컨테이너선 사업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시도다.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자동차운반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