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적색 경보'...'日 잃어버린 30년' 따라가나

2023-07-11 15:30
'디플레 공포' 덮친 中경제
살아나지 않는 내수…부동산 불황 탓
부채 발목 잡혀…화끈한 부양책 꺼리는 中

중국 베이징 시내 한 마트에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소비 부진, 부동산 시장 불안, 수출입 위축, 기록적인 청년 실업률,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방정부 부채까지. 중국 경제에 적색 경보가 켜졌다.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가파른 경기 회복세를 예측했던 시장의 기대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중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동안 중국 경제 성장을 주도해왔던 수출과 투자가 타격을 입으며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에 나서고 있지만, 경기가 생각만큼 빠르게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5.4% 하락하며 7년 반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째 마이너스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가 낙폭도 점점 확대됐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넉달째 0%대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외 소비 둔화 여파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가율은 기저효과로 4월에 18.4%까지 치솟았지만, 5월 들어서는 다시 고꾸라졌다. 6월에는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 소비 주력군이던 청년들이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경기 둔화 여파에 청년 실업률이 심각한 탓이다. 지난 5월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역대 가장 높은 20.8%를 기록했다.
 
소비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심각한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이다. 중국 중산층의 약 70%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데, 중국 경제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경제가 불황에 빠져 미래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와 도시화 둔화로 주택 수요도 예전같지 않다. 시장정보업체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개발업체의 6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28% 넘게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지방정부 재정도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대다수 지방정부는 부동산 기업에 토지를 팔아 벌어 들이는 토지양도 수입에 의존해 '곳간'을 꾸려왔다. 게다가 중국 미래 경제를 주도할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은 미국의 제재에 가로막혀 기술 발전 흐름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자료=외신 종합]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 내놓기를 주저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와 막대한 부채 문제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윈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채무 잔액은 공식적으로 35조618억 위안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60%가량 급증했다. 지방정부 융자플랫폼인 도시투자공사(LGFV)의 음성부채까지 더하면 지방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9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부양책 강도와 규모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관들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6.0%에서 5.4%로, JP모건은 5.9%에서 5.5%로 낮췄다. 노무라는 5.1%까지 내려잡았다.
 
블룸버그는 11일 "일본이 부동산·주식시장 거품이 터진 후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것처럼, 중국도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기간 불황을 겪을 수 있다"며 "빠르면 2030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1위가 될 것처럼 보였던 중국의 성장 모멘텀이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