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일본에 이어 대중(對中) 무역도 적자 만성화? 극단 처방이 필요하다

2023-07-12 07:53

[김상철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피크인 2010년에 적자 규모가 무려 360억 달러에 달했으며 작년에는 240억 달러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9년 잠시 200억 달러 이하로 내려오기도 했지만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국민의 반일 정서를 자극하면서 소·부·장 국산화를 강화한다고 목청을 높였지만 결과는 적자 확대라는 반대의 결과로 나타났다. 우리 수출이 늘어나면 일본에서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적 취약성이 전혀 개선되지 않자 손을 놓은 채 이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을 줄이기보다 다른 나라에 더 많이 수출하면 된다는 논리로 방치했다. 한동안 불이 붙었던 일본에 대한 수출을 늘려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도 시들해졌다. 수출 대상국으로서 일본의 순위도 2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중국과 수교한 이후인 1993년부터 30년간 대중(對中) 무역에 있어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누려왔다. 절정인 2013년에는 흑자 규모가 600억 달러를 넘어선 적도 있지만 그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해 왔다. 최근 5년 추세를 보면 2018년 550억 달러에 달했으나 2019년부터 200억 달러대로 급격히 감소하면서 작년에는 불과 12억 달러 흑자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무역적자로 반전되면서 5월 말 기준 적자 규모가 118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9개월 연속되다 보니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대중국 무역에서도 적자가 만성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줄고 수입은 두 자릿수로 증가하면서 대중국 적자 규모가 일본보다 더 크다.
 
태생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사이에 끼인 국가로 살아가는 현실이 과거나 지금이나 항상 불편하다. 긴장을 풀면 언제 이들의 먹잇감이 될지도 모를 상황의 연속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틈새에서 나름대로 잘 버텨왔다. 무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를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로 메우고도 잔액이 남았다. 하지만 이제 이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중국 무역에서 비롯된 무역흑자 행진이 중국 시장 수출 감소로 일시에 붕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한국 무역에 가장 큰 위기가 코앞에 닥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과의 무역에서 이대로 무너지면 무역 2조 달러 달성은커녕 1조 달러 규모를 유지하기마저 어려움에 빠져들 수 있다. 그들이 우리보다 가진 것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그렇다. 일본은 소재나 장비 부문에서 남들이 근접할 수 없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 배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도 오히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 같은 징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반도체만 보더라도 한국이나 일본에 편중된 공급 루트를 일본으로 다변화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노린다. 한편으로 독자적으로 생존 가능한 충분한 내수시장을 확보하고 있지만 소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다.
 
대중(對中) 수출 확대+대일(對日) 적자 해소’는 수출 다변화와 별개 문제 

중국 경제에서 한국 기업의 기여도나 약발이 예전과 같지 않다. 2010년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한국 기업이나 기업인 유치에 열을 올렸지만 이러한 열기를 더는 찾아보기 어렵다. ‘홍색공급망’이라는 국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국의 중간재에 대한 의존도가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의 애국 소비, 즉 ‘궈차오((國潮)’를 단지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그만큼 중국 로컬 업체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외국 상품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3기에 접어든 시진핑 정권이 무역보다 상대적으로 내수를 강조하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 등 서방의 강한 압박에 버티기 위해 안방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이대로 방치해서는 일본이나 중국과의 무역에서 열세를 극복하기 어렵다. 전략을 수정하고 대책이 만들어지면 과감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병이 곪아 터져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본과는 감정적으로 대하고 어려워도 피하면 절대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 일본 시장에 대한 우리 수출을 늘려야 하고, 국가 연구개발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수술대에 올려 핵심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이면서 일관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을 일시적인 반도체 수요 감소나 정치적 갈등 탓만 하는 것은 본질적인 접근이 아니다. 왜 중국에서 우리 기업이나 제품이 패퇴하고 있는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새로운 시도, 즉 ‘차이나 4.0’이 만들어져야 한다. 수출시장 다변화와 중국에 대한 수출 확대 노력은 전혀 다른 별개 사안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이에 대한 철저한 판세 파악이 동반되지 않으면 선도자가 아닌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는 분위기다. 미국이 우리 편이고, 중국이 남의 편이라는 단순하고 일방적인 편 가르기, 거기에 줄서기만이 있는 게임이 아니다. 반도체만 하더라도 우리나 대만의 우위가 반감하고, 미국이나 일본이 공급망의 주요 일원으로 편입될 것이 분명해지는 판이다. 전기차 배터리만 하더라도 한·중·일 3파전이 아닌 유럽·인도·호주의 참전이 예고된다. 현재의 우위가 10년 이상 계속되기 어렵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자원 생산국들이 단순 원자재 공급국이 아닌 제조국으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니켈 1위 인도네시아와 리튬 1위 호주 간 자원 동맹이 눈에 띈다. 중국·일본 등 이웃 국가에 대한 무역수지 관리도 중요하고 시장 다변화도 다양한 상수와 변수를 읽고 선제적 포지셔닝을 해야 우리 무역의 재도약이 가능하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