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비데용 전기도 아낀다"...정부 폭염 대처법 '백태'

2023-07-12 05:00

서울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도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여름철 실내 온도는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대의 경우 일부 조명과 냉방기를 끄기로 했다. 

일부 부처는 정수기와 비데에 공급되는 전력을 절감하는 방안까지 시행하는 등 아이디어가 속출하는 모습이다. 전력난 해소를 위해 생활 속 절약이 필수적인데 공직 사회가 솔선수범하겠다는 인식의 발로로 해석된다. 
 
정수기 타이머 콘센트 설치...1대당 연간 264h 절감 효과 
1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상대적으로 대기전력 소모가 큰 정수기부터 걸어 잠갔다. 지난달 말부터 정수기에 타이머 콘센트(전원을 공급·차단하는 장치)를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사용 가능하며 늦은 저녁이나 주말에는 온수 공급이 중단된다. 

타이머 콘센트 설치로 정수기 1대당 연간 264㎾h(3만4920원)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산업부 측 설명이다. 산업부에 설치된 정수기는 총 114대로 1년에 약 3만96㎾의 전력이 절감된다. 4인 가구가 월평균 332㎾h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7년 6개월어치 분량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수기는 에너지 효율 등급이 4~5등급인 데다 냉온수를 한꺼번에 만들다 보니 효율이 높지 않다"며 "타이머 콘센트는 여름이 지나도 계속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외에 국무조정실 등 다른 일부 청사도 정수기에 타이머 콘센트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비데에도 대기전력 차단 콘센트를 설치했다. 비데 역시 대기전력 수요가 크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자동으로 꺼지게 해 전력 사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청사관리본부는 "올여름 정부세종청사 7동부터 17동까지 총 2000개의 대기전력 차단 콘센트가 설치됐고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입주해 있는 중앙동은 연내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라며 "콘센트 2000개를 설치하면 연간 7만2000㎾h의 전력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했다. 비용으로 따지면 1400만원에 달한다. 
 
반바지 허용 요구 많지만...복장 완전 자율화 '글쎄'
정부세종청사 실내 온도는 26도 이상으로 조정한다.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냉방설비 가동 시 실내 온도를 평균 28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다만 가스, 신재생에너지 등 비전기식 냉난방 설비가 60% 이상 설치된 건물은 온도 기준을 2도 범위 이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 

여름철에 실내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 규정에 부합할 경우 26도까지 낮출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전기 절약을 위해 피크 시간대인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는 조명 30%를 소등하고, 냉방기는 30분씩 순차적으로 꺼야 한다. 냉방기는 청사관리본부 중앙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통제된다.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반팔·반바지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에어컨 가동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앙부처 직원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각종 해법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바지 등 시원한 복장을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중요한 건 옷이 아니라 업무 성과"라며 "직원들이 편한 옷차림을 한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고 업무 몰입도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정장이 아닌 분홍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다만 공식적으로 복장 완전 자율화를 추진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외부 손님을 상대하는 업무 특성상 허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고위 공직자는 "장관 보고를 들어가야 하는데 그때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해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부는 지난겨울 업무시간 외에 야간 근무하는 직원들을 한 공간에 모아 온풍기를 가동하는 식으로 전력 사용을 줄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오후 6시가 지나면 냉방기가 작동하지 않아 선풍기에 의존해야 한다"며 "직원들의 불편 사항이 접수되면 의견을 모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산업부는 '하루 1㎾h 줄이기' 캠페인 확대를 위해 명함에 관련 스티커를 부착하고 내선 통화 시 홍보 멘트를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