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 업도 덮친 '부동산' 실적 쇼크…하반기에 더 커진다

2023-07-10 16:30

[자료=한국신용평가]

작년 4분기부터 이어진 캐피탈사의 실적 쇼크가 올 하반기엔 더 짙어질 전망이다. 부동산금융과 개인신용대출의 부실이 급속도로 진행 중인 게 최대 위험 요인이다. 이자 비용도 매 분기마다 10% 넘게 불고 있다. 특히 부동산금융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에 취급이 집중돼 업권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하반기에는 캐피탈사의 신용등급 줄하향 기조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26개 주요 캐피탈사의 합산 순이익은 8508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1074억원)보다 23%가 줄어들었다. 세부적으로 26개 업체 중 20곳의 실적이 감소했다.
 
여기엔 늘어난 이자 비용과 대손 비용이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이자 비용의 경우, 재작년 말부터 진행된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작년 1분기부터 전분기보다 약 12~13%씩 계속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러한 기조가 2024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취급량도 크게 줄었다. 캐피탈사는 별도의 수신기능이 없는 만큼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 중 대부분을 조달해야 하는데, 작년 4분기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로 인해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신규 취급을 줄이는 식의 대응을 펼쳤다.
 
대손 비용 부담은 업체 규모에 따라 상이하다. 원인은 하위업체에 집중된 ‘부동산금융’이다. 따라서 현대캐피탈 등 우량업체보단 규모가 작은 곳의 대손비용 증가 폭이 훨씬 더 컸다. 업권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금융 취급 비중이 높은 곳은 OK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 키움캐피탈, DB캐피탈 등이 있다.
 
올 하반기에도 중소 캐피탈사 중심의 실적 악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동산금융 영업환경이 크게 나빠지면서 고위험·고금리 상품인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한 차주가 늘었다. 회수 시기가 도래했지만, 만기를 연장하는 사업장도 빠르게 늘고 있어 지표상 회수 가능 자산보다 실제 회수율이 낮을 가능성이 커졌다.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개인신용대출 연체율 역시 본격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특히 OK캐피탈의 경우, 최근 반년간 대손상각비용 규모가 2120억에 달할 정도로 컸다. 전체 사업 중 부동산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투자가 대부분 중·후순위로 구성돼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캐피탈사의 현재 연체율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신규 취급 감소, 높은 부동산금융 투자액 등을 감안하면 빠르게 나빠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올 하반기에는 주요 영업환경 저하로 수익성 및 건전성 지표 하락세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캐피탈사들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 줄 전망이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올 상반기에만 캐피탈 2곳(롯데·OK)의 신용등급을 내리고, 3곳(OK·DB·에이)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에는 이러한 기조가 더욱 심화할 거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편, 위 실적 집계에 포함된 업체는 현대·KB·하나·우리금융·현대커머셜·신한·IBK·산은·NH농협·JB우리·미래에셋· BNK·롯데·메리츠·DGB·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애큐온·한국·M·OK·한국투자·롯데오토리스· 키움·한국자산·DB캐피탈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