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율 규제, 국제 규제와 중복…중요도 낮춰야"

2023-07-09 15:49

서울 시내에 설치된 현금 자동입출금기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제결제은행(IMF) 외환위기 이후 폐지됐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재도입된 예금·대출비율(예대율) 규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젤Ⅲ 등 국제적으로 비슷한 지표를 활용한 규제를 도입했는데 국내 금융기관들이 국제표준에 맞춰 건전성 관리를 하고 있으므로 예대율 규제 존치 여부 혹은 발전을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9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예대율 규제 해외 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예대율 규제 효과를 점검하고 그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대율 규제는 예금 취급 기관의 과도한 시장성 자금 조달을 낮춰 유동성을 높이고 금융부문 간 상호 연계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경기가 좋아질 때 대출이 지나치게 빠르게 확대되는 현상을 완화하는 것도 순기능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규제를 개별 은행 유동성을 평가하는 중요 지표 중 하나로 두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제고와 경기순응성 완화 등을 위해 글로벌 수준에서 다양한 규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젤Ⅲ에서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통해 30일 동안 유동성 스트레스 상황을 견뎌내기 위한 고유동성 자산을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또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규제를 통해 최소 1년간 자기자본 등 안정적인 자금 조달원을 유동화하기 힘든 자산보다 많이 확보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권 연구위원은 “예대율 규제는 2018년 이후 NSFR, LCR과 각각 -0.83, -0.7 등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어 중복되는 지표”라며 “바젤Ⅲ가 경기순응성 완화를 위해 도입한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도 예대율보다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대율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가 적다는 점도 이 규제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개별 은행의 유동성 판단을 위한 경영지도비율로 예대율을 활용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은행업 전체 예대율을 거시건전성 위험 판단, 거시건전성 규제를 위한 보조지표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1995년 높은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상업은행 예대율을 75%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했던 중국은 2015년 이 규제를 폐지했다. 예대율 규제가 유동성을 평가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고 예대율이 높은 중소 은행에 대해 농업 개발, 소기업 금융 지원을 제약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권 연구위원은 “예대율 규제를 국제정합성이 우수한 바젤Ⅲ 규제들과 같은 위상의 경영지도비율로 존치하는 게 바람직한지 등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거시건전성 규제를 위한 보조지표로 활용하는 등 중요성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