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가상자산 현물 ETF, 당장은 득보다 실 크다"

2024-06-23 13:48

[사진=연합뉴스]
올해 미국 등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됐지만, 당장 국내에서는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이고 금융회사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해외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연계 상품 도입 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해에 관한 충분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시점에서는 도입을 통해 얻는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홍콩·영국 등은 올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를 승인했으나,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현물 ETF의 발행이나 중개를 금지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등 가상자산 연계 상품 발행과 거래를 허용했을 때의 장점으로 투자자가 제도권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관련 금융회사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반대로 단점으로는 가상자산 가격이 오를 때 상당한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투자 부문이 아닌, 가상자산으로 자금이 쏠려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사가 가상자산 현물 ETF를 직접 운용하는 경우 가상자산 현물거래로 인해 국내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더 많이 이동할 수 있다. 또 운용·중개·투자 금융사를 통해 금융시장의 가상자산 관련 위험에 대한 노출이 확대될 수 있다.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연계 상품을 운용하는 금융사와 투자한 연금기금 등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통 자산을 매각하면 가격 하락을 초래해 금융시장 내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다. 결국 금융시장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규제당국에 대한 신뢰도 함께 떨어뜨려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인투자자가 금융시장 메커니즘과 가상자산 등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채로 가상자산 연계 상품에 투자를 많이 할 경우 가상자산발 충격에 대해 펀드런 등이 발생해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그는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큰 현재 시점에 현물 ETF 상품을 제도권으로 포섭하는 것은 시장에 가상자산이 검증된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가상자산 기반 ETF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방안이 잘 마련돼야 하는데, 가상자산이 투자자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충분한 규제방안과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