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전자소송' 앞두고 '개인정보 유출·오남용' 우려...법무부도 대응 착수

2023-07-10 10:40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형사재판 전면 전자화를 앞두고 사법기관이 관련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법무부와 법원이 잇달아 형사 전자소송 도입 후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관리 문제에 대한 검토와 대응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거기록과 영장 청구서 등 소송 서류 전자화로 각 사법기관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될 우려와 오·남용 등 정보 관리 문제가 새롭게 대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법무부 법무연수원, 형사 전자소송 시 정보관리 진단·대응
10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법무연수원은 지난달 ‘형사사건 전자소송 도입에 따른 수사·공판 환경의 변화’에 대한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제도 시행 후 정보 유출 등 형사 전자정보 관리와 관련한 문제점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전자영장 도입과 현행 형사소송법 등 관련 절차법과 정합성 등 법리적인 검토도 연구를 통해 병행할 방침이다.
 
형사 전자소송 제도 도입에 따라 내년 10월부터는 수사와 공판에서 사용되는 소송 서류 제출과 작성, 송달, 열람, 관리·보존 등이 모두 전자문서 형태로 전환될 예정이다.
 
피고인 인권과 직결되는 형사사건 특성상 사전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정보 관리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법무연수원 측 입장이다. 법무연수원 관계자는 “전자소송이 형사 절차로도 확대 실시될 것으로 확정되면서 검찰 수사관이나 법무부 직원들도 정보 관리 절차의 중요성이나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수사나 재판에서 발생할 문제를 미리 짚고 향후 이를 관련 연구나 교육 등에 활용할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최근 전자문서 제출 시 민감한 기록 열람을 제한해야 하거나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가 필요할 때 문서를 제출하는 자가 해당 부분을 특정하도록 의견을 밝히게 하는 내용의 규칙 제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자영장 발부 시 개인정보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당사자에 한해서만 전자영장 조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폐쇄 구조의 열람 시스템 개발에도 나선 상황이다.
 
“전자정보 오·남용 막기 위한 기관 전문 역량 제고 필요”
형사 전자소송이 내년에 시행됨에 따라 유관기관이 개인정보 오·남용에 중점을 두고 관련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형사 전자소송은 정보 유출 시 다른 민사·행정 분야 전자소송보다 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따라서 오·남용을 막기 위한 각 사법기관의 전문 역량 개발과 훈련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형사 전자소송은 신속성과 재판의 투명성 면에서 장점이 상당하다”면서도 “현재 형사 전자소송은 단일 통합 시스템이 아닌 각 기관과 연계하는 ‘분리형’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보 유출 면에서는 ‘통합형’보다 비교적 위험성이 낮지만 반대로 각 사법기관을 통한 정보 유출과 오·남용 가능성도 있는 만큼 수사부터 형 집행까지 절차에서 개인정보 관리를 담당하는 개별 기관의 전문성 확충이 그만큼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송 경제 면에서 형사 전자소송도 다른 외국 사례처럼 사실상 대세화하고 있다”면서 “다만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증거 제출 시 오류 확인 등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나 문제점을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전자소송 도입에 앞서 2018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관련 데이터 보호와 데이터 안전 등에 적합한 기술적 조건을 법규 명령으로 정할 것을 규정한 바 있다. 또 전자기록을 작성하는 관청의 데이터 보호·안전 기술 조치와 데이터 손실에 대한 예방 조치 의무도 명시했다. 하지만 국내는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아직 유사 규정조차 도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형사 전자소송 각 절차에서 필요한 서류가 전자화되는 과정 중 정보 오염이나 위·변조, 또 기관뿐만 아니라 사인에 의한 정보 오·남용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면서 “시스템에 대한 보안 안전성 확보 노력도 꾸준히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