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부진에 갈 곳 잃은 가계 여유자금…전년比 12조원 증가

2023-07-06 12:00
한은 "1분기 가계·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 76.9조원" 발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2023.05.02[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올해 1분기 가계 여유자금이 1년 전보다 12조원 이상 증가했다. 부동산시장 부진에 따른 투자가 줄면서 여유자금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이다. 가계 자산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 속 예적금과 채권 비중이 늘어난 반면 주식 투자 비중은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76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조1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발표된 순자금운용 잔액규모는 2020년 1분기(81조원)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가계 여유자금 증가세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부동산시장 부진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금리 상승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집값 하락 등 부동산경기 둔화가 더해져 대출금을 중심으로 한 조달도 급감했다. 한은 관계자는 다만 "주택도시기금 버팀목 전세대출 등 정책모기지 취급이 늘어나 정부 융자는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1분기 가계 자금운용 규모는 6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금융기관 예치금(62조2000억원)이다. 반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등 주식 운용 규모는 -3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6000억원)과 비교해 감소 전환했다. 가계의 자금조달 규모는 -7조원으로 전년동기(24조4000억원) 감소 전환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분기 가계 대출금(-11조3000억원)도 역대 최저를 나타냈다.  

이 기간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 비중을 살펴보면 예금 비중이 44.5%로 1년 전(41.8%)보다 확대됐고 채권 비중은 3.0%로 1년 전(2.2%)보다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상승과 안전자산 선호현상 속 저축성예금과 채권 운용은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1년 전 20.1% 수준이던 주식 비중은 19.8%로 감소했다. 

그런가하면 기업(비금융법인)의 1분기 순자금조달 규모는 42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35조3000억원)보다 7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국내 기업의 자금운용과 조달 모두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했다. 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 확대는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기업 영업이익이 축소되는 등 기업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감소 전환은 회사채 발행여건이 개선되면서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채권발행이 확대됐으나 높은 대출금리, 부정적 경기전망 등으로 대출수요가 줄면서 대출금을 중심으로 조달이 급감했다"며 "자금운용 역시 실적부진과 금리부담 등으로 예금 인출 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일반정부는 경기둔화와 부동산시장 위축 등으로 국세수입이 감소해 순조달 규모가 -23조1000억원 수준으로 1년 전(-10조7000억원)보다 눈에띄게 확대됐다. 

한편 1분기 말 기준 총금융자산 규모는 2경4270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539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총금융자산이란 한은 자금순환통계에 나타나는 모든 경제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 합계를 말한다. 해당 지표에는 국내부문은 물론 국외부문(비거주자)의 금융자산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