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 이즈 어프레이드' 아리 에스터 감독 "마음 열고, 충분히 즐기시기를"

2023-07-06 06:00

[사진=싸이더스]
영화 '유전' '미드소마'로 전 세계 영화 팬을 사로잡은 아리 에스터 감독이 3번째 신작을 내놓았다. 일찍이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을 매료시킨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아리 에스터 감독의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유전'은 가족, '미드소마'는 연인에서 출발한 이야기라면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여행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여행 계획을 세웠던 것에서부터 출발했어요."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엄마를 만나러 가야 하는 '보'(호아킨 피닉스)의 기억과 환상, 현실이 뒤섞인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 기이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호러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데뷔작 '유전'이 글로벌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다잡으며 차기작 '미드소마'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는 '유전' '미드소마' 그리고 '보 이즈 어프레이드'까지 각각 다른 장르라고 설명했다.

"'유전'은 호러 영화가 맞습니다. 데뷔작을 호러 영화로 시작했으니 저를 호러 영화감독으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오히려 기분 좋아요. '미드소마'의 경우는 단순히 호러라고 칭하기 어려워요. 심리 스릴러나 다크 코미디로 볼 수도 있어요. 이번 작품의 경우는 확실히 호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커리어를 시작할 때 자신의 장르나 분류가 결정되는 건 자연스럽다고 생각되는데 앞으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와 단편 '보'의 연관성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단편영화 '보'의 주인공이 겪고 있는 강박증세가 '보 이즈 어프레이드' 주인공과도 닿아있기 때문이었다.

"크게 있지는 않아요. 장편영화를 만들 때 최초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게 단편 '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단편 '보'를 리메이크하거나 긴 버전인 건 아니에요."
 
[사진=싸이더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많은 부분을 내어주고 있고 자유로운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런 만큼 극 중 등장하는 상징들, 메타포에 관한 궁금증도 쏟아졌다.

이번 작품의 키워드는 죄책감이다. 보통 영화 속에서 탄생의 기원으로 상징되는 '물'이 부정적 이미지로 그려진 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죄책감이라는 건 영화의 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죄책감이 있다는 사실 자체일 수도 있고 죄책감 그 자체에 대한 여러 질문이나 의문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물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중요하게 쓰인 건 맞습니다. 자세한 의미를 이야기하기보다 관객의 해석에 맡기고 싶어요."

그는 여러 차례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직접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어렵지 않은 영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꽤 단순한 이야기고 시작점에서 끝납니다. 시작과 엔딩이 동일한 셈이죠."

영화는 남자아이들이 겪을 법한 근원적 공포를 들여다보고 극대화하기도 한다. 영화 제목인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보이즈 어프레이드'로 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아리 에스터 감독은 "'보'라는 이름은 캐릭터로서의 기능"이라며 깊은 의미는 녹여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진=싸이더스]
관객들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는 '보' 역의 호아킨 피닉스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호아킨 피닉스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좋다'고 했어요. 많은 질문을 건넸지만, 흥미를 느낀 건 분명했어요. 사실 이 영화는 유머 코드가 잘 맞아야 했는데 (호아킨 피닉스와) 잘 맞았던 거 같아요. 재밌고, 웃기다고 공감해 주었고 촬영도 즐겁게 할 수 있었어요."

아리 에스터 감독은 한국 영화의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그는 해외 영화제에서도 여러 차례 한국 영화와 감독들을 언급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 고전 영화들을 좋아해요.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김기영 감독의 작품들은 시대를 앞서갔다고 할 수 있죠.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은 마치 문학을 읽는 것 같아요. 미스터리를 잘 활용하시죠. 미묘하게 표현하면서도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는 게 인상적이에요. 봉준호 감독은 많은 이들이 '현존하는 최고의 감독'이라고 평가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의 유머도,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도 참 좋아요. 나홍진 감독, 홍상수 감독, 장준환 감독까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감독들입니다."
 
[사진=싸이더스]
아리 에스터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편안하고 즐겁게 관람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오픈 마인드로 이야기에 몰입하고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가 의도하는 바를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너무 모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오히려 영화가 어려워질 거예요. 계속해서 영화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몰입해야 더 즐길 수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봐야 누릴 수 있어요. 충분히 즐겨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