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IAEA 발표에도 수산시장 '찬바람'.."일본산은 양식이라도 외면"'

2023-07-05 15:26
"코로나때보다 매출 더 떨어졌다...소금값 폭등·공포심 과장 우려"

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관계자가 일본산 가리비의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오염수 괴담'이 퍼질 대로 퍼져 손님이 올지 모르겠네요."(노량진 수산시장 상인)
 
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 A씨는 갈치를 매대에 늘어 놓으며 "손님이 하루아침에 늘겠냐"며 체념한 듯이 말했다. 다른 상인 B씨는 "손님 10명 중 1명이 안전성을 묻는다"며 "(도미를 가리키며) 일본산은 양식 생선이라도 사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IAEA는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한 일본의 요청을 받고 2년간에 걸쳐 평가를 했다며, 적합성은 확실하고 기술적인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AEA 발표에도 상인들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남5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30년 경력의 상인 C씨는 "코로나 사태 때도 이렇게 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과 관련해 사재기로 급증한 소금값도 상인들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C씨는 "소금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소금 없으면 장사 못 하는데 어쩌나"라고 토로했다. 

이날 상인들은 그저 매대 앞에 놓여 있는 생선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휴가갑니다'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가게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상인들에 따르면 6~8월은 '비수기'다. 이 기간엔 상인들끼리 A조와 B조로 나눠 휴가를 간다.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휴가를 일찍 간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상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차덕호씨는 "지금은 비수기인데, 11~12월에 방류된다 하면 답도 없다"고 말했다. 차씨는 "이 여파가 얼마나 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지금은 비수기와 불경기가 합쳐진 이유도 크다"고 했다. 

'오염수 괴담'에 횟집이나 일식집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식당을 예약해도 중간에 취소를 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직장인 윤모씨(33)는 "회가 정말 먹고 싶은 게 아니면 (일식집에)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에서 고급 일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38)는 "최근 노쇼가 많아졌다"며 "예약금 반환이 왜 안 되냐 따지는 분들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관악 봉천동에서 참치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5)는 "배달을 같이 하고 있는데, 평소보다 양을 더 준다"면서도 "참치값이 많이 올라서 오염수가 방류되면 장사를 접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허탈하게 웃었다. 
 
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남문 현수막에 '근거 없는 허위·과장 정보, 국민 불안 야기 마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날 한 상인은 "오염수 방류가 된 것도 아닌데 이미 오염된 것처럼 말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사진=유대길 기자]
 
"과한 공포심 조성 문제" 정치권에 성토
상인들은 오염수 방류에 과한 공포심을 조성한 정치권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민어는 국내산'이라고 강조하던 한 상인 D씨는 "정치인들도 와서 회 먹고 가는데, 오히려 위험하니 대신 먹어 주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푸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이슈를 이쪽으로 돌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상인 E씨는 "10년 전 후쿠시마 사태가 터졌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소금까지 '금값'이 되지는 않았다"고 의견을 더했다. 일부 상인은 "(오염수 방류해도) 안전하다고 방송에 나왔다면, 손님이 곧 늘지 않겠냐"며 기대감도 드러냈다. 하지만 대다수 상인들은 오염수를 방류하고 나면 수산물 기피현상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불안감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8월에라도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