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도 파업 안 했는데···현대차·현대重 4000여명 동참 충격파

2023-07-04 05:40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 총파업에 현대자동차 노조가 합류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차와 함께 국내 최대 제조산업 기업 중 하나인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라 국가 전반에 걸쳐 생산력 저하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2주간 진행되는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는 현대차 노조를 중심으로 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 등 울산 지역에서만 40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측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계 탄압에 따른 퇴진을 표면적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현대차, HD현대중공업 등이 임금·단체협약을 두고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임단협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하투(夏鬪)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 총파업에 합류하는 것은 5년 만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4년간 코로나19 대유행,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로 인한 한·일 경제 갈등 등을 고려해 무분규로 교섭을 타결 지었다. 또한 금속노조 파업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진행된 금속노조 총파업에도 기아 노조만 참여했을 뿐 현대차 노조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파업 참여 결의는 노조 측이 임단협을 통해 요구하는 △전년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 요구를 사측이 완강히 거부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참여는 12일로 예정돼 있는데 종일 파업이 아닌 조합원이 2시간씩 교대로 파업에 참여하는 만큼 대규모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다만 현재까지 현대차 노조가 파업 참여 방식 등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어 종일 파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는 하루 동안 5000대 정도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반도체 등 공급망 붕괴로 출고 대수에서 타격을 입은 현대차로서는 올해 영업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서 상반기 현대차 판매량은 39만65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6% 성장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에도 프리미엄 브랜드와 전기차를 앞세워 크게 개선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현대차 측은 민주노총 총파업을 계기로 임단협 관련 쟁의 활동이 장기화하면서 회사 성장이 악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27년까지 수주 물량을 채워 놓은 HD현대중공업도 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16일부터 10여 차례 임금협상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가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정년 연장 등을 담은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했으나 사측이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다.

10년 불황을 겪다 올해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조선업계로서는 일손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이어 파업이라는 추가 리스크를 짊어지게 됐다. 지난해 6월 2일부터 7월 22일까지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매출 손실은 8000억원대에 달하며 회사가 노조 측에 요구한 손해배상액만 470억여원이다.

HD현대중공업 규모가 대우조선해양을 넘어서는 만큼 민주노총 총파업을 계기로 쟁의 활동이 장기화하면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업계도 비상이다. 이날부터 가전제품 수리기사 노조가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하면서 에어컨 수요 대응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역대급 더위와 고성능 에어컨 신제품 출시 등으로 인해 에어컨 수요는 늘고 있지만 수리기사가 부족하면 서비스 대응 차원에서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요즘은 물건을 파는 것만이 세일즈가 아니라 이를 수리하고 관리하는 것도 세일즈 일환이다. 수리기사 파업은 주요 상품 판매자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전본부 관계자 100여명이 3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총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