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하투 본격화] 간신히 수출 불씨 살렸는데…노조 파업 찬물 끼얹나

2023-07-04 08:42
현대차·현대중공업도 총파업 동참…자동차·선박 수출 적신호
정부, 불법행위에 엄정 대처…'수출 영향 최소화'에 범부처 대응

민주노총 대전본부 관계자가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7월 3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총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을 하며 얼음 깨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 무역적자 고리를 끊어내며 하반기 반등의 기회를 잡은 우리 수출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국내 최대 단일 노조인 현대차 노조의 파업 참여가 예정된 가운데 국내 8개 조선소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도 참여를 추진 중이다. 

부진한 반도체를 대신해 수출을 견인해 온 자동차와 선박 제조에 차질을 빚을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무역수지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개 경제단체 부회장단과의 긴급 간담회에서 "오늘 개시된 민주노총 총파업을 비롯해 최근 노동계 동향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현행법상 정해진 절차를 무시한 채 교섭 테이블을 박차고 나와 파업을 한다면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산업계 입장과 노사 현안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장관을 비롯해 회의에 참석한 경제단체 부회장들은 국가 경제와 산업에 부담을 안기는 명분 없는 불법 정치파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이날부터 2주간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주요 산별노조가 번갈아가며 파업에 나서게 되는데, 특히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 주도 총파업에 참여하는 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HD현대중공업도 파업을 위한 쟁의권 확보에 나선 상태다. 

정부와 산업계는 지난달 16개월 만에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하며 수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상황에서 이번 총파업이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2주간 총파업에 들어간 7월 3일 오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6단체와의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부에 따르면 올 6월 무역수지는 11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세가 이어졌지만 감소율은 전년 동월 대비 -6.0%로 올 들어 최소 폭이었다. 대중 수출과 정보기술(IT) 업황 악화에 따른 반도체 수출 부진이 여전하지만 자동차와 선박 수출이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무역수지 흑자 전환의 기반을 닦았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앞세운 자동차 수출은 올 상반기 중 매월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결과 상반기 기준 역대 최초로 수출액 3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선박 역시 인력난 등 어려운 여건에도 고부가 선박인 컨테이너선과 LNG선이 수출을 견인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늘었다.

반면 반도체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가격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며 상반기 수출액이 전년 대비 37.4% 급감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2일 부분 파업에 나선다. 조업 중단이 4시간에 불과해 이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과정에서 노사 간 이견이 커 추가 파업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가장 최근인 2018년 7월에 4일 동안 부분 파업을 벌인 결과 1만1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매출 손실은 2800억원 수준이었다. 

수주 호황에도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계 역시 파업에 따른 피해가 상당할 전망이다. 정부는 범부처 대응 체계를 구축해 파업에 따른 수출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불법 행위에는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경제계도 노조 측의 부당한 요구와 노사 법치주의 위반에 대해 단호히 거부할 필요가 있다"며 "불합리한 노사 관행이 계속되면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기반이 상실되는 등 미래 세대와 국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