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말 한마디에...각 부처, 내년 예산안 다시 짠다

2023-07-02 12:10
예산당국 "내년 예산안 3일까지 다시 제출" 요구
건전재정 기조에...내년 총지출 증가율 3~4%에 그칠 듯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부처들이 내년 사업 예산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 예산당국이 각 부처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다. 내년 예산안은 기본기능과 약자보호 등 4대 분야 중심으로 다시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각 부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장들을 소집해 3일까지 내년 예산을 재요구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각 정부 부처는 매년 5월 31일까지 다음 해 사업·예산 항목을 짠 예산 요구안을 기재부에 제출한다. 기재부 예산실은 이 요구안을 바탕으로 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심의를 진행해 8월 말 또는 9월 초 정부 예산안을 확정한다. 

기재부의 이번 지침은 올해 5월 31일까지 이미 제출한 각 부처 예산안을 다시 구조조정해 3일까지 다시 제출하라는 의미다. 이는 "예산을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각 부처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는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재정전략회의 발언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23~2027년 중기재정 운용' 및 '2024년 예산' 편성 방향을 논의했다. 어려운 세입 여건 속에서도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되, 취약계층 복지와 미래 대비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민생 회복과 경기 활력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꼭 필요한 부분에만 돈을 쓸 수 있도록 예산을 꼼꼼하게 잘 봐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내년 예산안과 향후 5년간 재정운용을 논의하는 최고급 회의체인 만큼 회의 결과에 따라 내년 예산안의 윤곽도 바뀐다. 올해는 윤 대통령이 전례 없는 강도로 건전재정 기조에 입각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만큼 예산안의 윤곽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내년 예산상 국가 재정 지출(총지출) 증가율을 3~4%대로 낮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정부도 이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정부가 내년 예산상 총지출 증가율을 3~4%대로 편성한다면 이는 2016년 2.9%나 2017년 3.6% 이후 7~8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상 총지출은 올해 638조7000억원에서 3~4%대 늘어난 660조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2018~2022년 예산안상 총지출 증가율은 7~9%대였다. 2020~2022년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9% 안팎 지출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인 2019년에도 총지출 증가율은 9.5%에 달했다.

기재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을 강력한 재정혁신에 기초한 건전재정 기조하에 편성할 계획"이라면서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과 관련해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