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성기선 前평가원장 "킬러문항 줄이자는 의견 동의하지만 '준킬러' 2~3배 늘 것"
2023-06-28 15:36
"평가원장 공석 심각한 문제...선임 최소 3개월 걸려"
"'블랙홀' 킬러문항 사태, 2028학년도 대입 제도 어쩌나"
"'블랙홀' 킬러문항 사태, 2028학년도 대입 제도 어쩌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줄면 좋겠다는 말 동의한다. 다만 킬러 문항 없앤 만큼 2~3배 고난도 문항 늘어나게 돼 있다."
성기선 전 평가원장(현 가톨릭대 교직과 교수)은 28일 오전 아주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평가원장으로 있을 때 수능에 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시도해 본 적 있지만 어려운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올해 수능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 성 전 원장은 "수능이 무사히 치러질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새로운 평가원장을 선임하더라도 최소 3개월이 걸린다"며 "지금부터 평가원장 선임을 시작해도 9월이다. 이때는 수능 출제위원 섭외가 끝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성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을 내는 게 킬러 문항이라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현재 검정교과서가 (과목마다 다르지만) 10여 종 나온다. 만약 이 중 한 교과서에 나온 지문이 수능에 출제된다고 하면, 나머지 9개 교과서를 공부했던 학생들은 어떻게 되나. 결국 공통으로 보는 책은 EBS 수능특강이 되는 것인데 고난도 문항을 낼 때 쓸 수밖에 없는 지문으로 구성돼 있다.
어떤 선생님이 학생들의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 교과서를 기본으로 쓰고, 그 외 수많은 지문을 썼다면 이건 공교육 범위가 아닌 것인가. 수학에서 킬러 문항이라고 하는 건 '2개 이상 수학적 개념을 써야 풀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 개념들은 공교육 과정 밖인 것인가 묻고 싶다."
-평가원장 재직 중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들었다.
"수능 출제는 초고난도·고난도·중난도·저난도 문항을 고르게 배치한다. (평가원장 때 모의수능을 출제하면서) 초고난도 문항 줄이고, 고난도 문항을 2~3문항으로 늘리기도 해봤다. 오히려 중상위권 학생들 체감 난이도가 훨씬 높아졌다. 애초에 킬러 문항 정답률 2~3%는 '풀 애들만 풀어서' 나온 결과다.
수능은 대학 교육을 수학할 능력이 되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다. 고등학교 졸업 자격 시험처럼 누구나 다 만점을 받고 졸업하는 게 아니라, 대학 입학을 위한 것이다. 이 같은 전후 사정과 시험의 기능을 무시하고, 무조건 쉽게 내면 모든 사람이 환호할지는 의문이다."
-결국 변별력 확보가 될지 의문이라는 건가.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이 줄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수능은 변별을 해야 하는 시험이다. 한 시험 결과로 수험생을 9등급으로 나눠야 한다. 각 등급 내 비율도 있다. 1등급은 4%, 2등급은 7%, 3등급은 11% 등 정확해야 한다. 등급 컷을 나누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결국 '수능 왜 치냐'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수능의 출제와 평가 등은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
2022학년도 수능은 문과와 이과 통합으로 치러졌다. 국어와 수학을 풀 때도 공통 과목을 풀고, 확률과 통계나 미적분, 기하 등 1개를 선택해 보는 것이다. 평가원은 통합수능이 도입되고 선택과목 점수를 조정하고 있는데, 공통과목 점수가 높다면 선택과목에서 같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응시자의 표준점수가 높아진다.
결국 공부 잘하는 수험생이 유리하고, 대부분 수험생들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에 따라 사교육 시장을 찾게 된다는 얘기다. 성 전 원장은 사교육을 잡겠다는 정부의 기조는 동의하나, 지금의 방법으로는 오히려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 인터뷰를 보니 "2027년까지 수능이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시작한다. 1학년 때 공통과목으로 7개를 듣고, 1학년 2학기부터는 선택과목을 배치할 수 있다. 총 졸업학점을 충족하면 된다. (고교학점제가) 자기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지금보다 과목수가 50~100%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어·영어·수학·사탐·과탐·외국어·직탐(직업탐구)으로 구성된 수능에서 선택과목이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의 수능 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까. 고등교육법 34조 5항에 따르면 '교육과목의 큰 틀의 변화가 있을 경우 4년 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전날까지 공표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내년 2월 28일까지 2028학년도 대입 제도가 확정돼야 하는데, '킬러 문항 사태'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평가원장이 공석이다. 올해 수능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다만 평가원은 수능 출제만 하는 곳이 아니다. 직원 절반이 출제, 나머지가 연구를 담당한다. 초·중등 임용고사 1·2차와 상·하반기 검정고시 등 다양한 시험 출제부터 채점까지 하느라 1년에 12번 합숙한다. 3월 말부터는 6월 모의고사 출제에 들어간다. 7월 말엔 9월 모의고사 출제하는데, 9월 모의고사가 끝나는 즉시 본수능 출제위원을 섭외하기 시작한다. 10월 초 합숙에 들어간다.
평가원장은 이 모든 복잡한 실무와 보안문제를 총괄한다. 결코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새로운 평가원장을 선임하려면 최소 3개월이 걸린다. 당장 이 과정을 시작한다 해도 9월이다. 수능 출제는 어떻게 하나. 굉장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올해 수능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 성 전 원장은 "수능이 무사히 치러질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새로운 평가원장을 선임하더라도 최소 3개월이 걸린다"며 "지금부터 평가원장 선임을 시작해도 9월이다. 이때는 수능 출제위원 섭외가 끝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성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을 내는 게 킬러 문항이라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현재 검정교과서가 (과목마다 다르지만) 10여 종 나온다. 만약 이 중 한 교과서에 나온 지문이 수능에 출제된다고 하면, 나머지 9개 교과서를 공부했던 학생들은 어떻게 되나. 결국 공통으로 보는 책은 EBS 수능특강이 되는 것인데 고난도 문항을 낼 때 쓸 수밖에 없는 지문으로 구성돼 있다.
어떤 선생님이 학생들의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 교과서를 기본으로 쓰고, 그 외 수많은 지문을 썼다면 이건 공교육 범위가 아닌 것인가. 수학에서 킬러 문항이라고 하는 건 '2개 이상 수학적 개념을 써야 풀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 개념들은 공교육 과정 밖인 것인가 묻고 싶다."
-평가원장 재직 중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들었다.
"수능 출제는 초고난도·고난도·중난도·저난도 문항을 고르게 배치한다. (평가원장 때 모의수능을 출제하면서) 초고난도 문항 줄이고, 고난도 문항을 2~3문항으로 늘리기도 해봤다. 오히려 중상위권 학생들 체감 난이도가 훨씬 높아졌다. 애초에 킬러 문항 정답률 2~3%는 '풀 애들만 풀어서' 나온 결과다.
수능은 대학 교육을 수학할 능력이 되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다. 고등학교 졸업 자격 시험처럼 누구나 다 만점을 받고 졸업하는 게 아니라, 대학 입학을 위한 것이다. 이 같은 전후 사정과 시험의 기능을 무시하고, 무조건 쉽게 내면 모든 사람이 환호할지는 의문이다."
-결국 변별력 확보가 될지 의문이라는 건가.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이 줄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수능은 변별을 해야 하는 시험이다. 한 시험 결과로 수험생을 9등급으로 나눠야 한다. 각 등급 내 비율도 있다. 1등급은 4%, 2등급은 7%, 3등급은 11% 등 정확해야 한다. 등급 컷을 나누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결국 '수능 왜 치냐'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수능의 출제와 평가 등은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
결국 공부 잘하는 수험생이 유리하고, 대부분 수험생들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에 따라 사교육 시장을 찾게 된다는 얘기다. 성 전 원장은 사교육을 잡겠다는 정부의 기조는 동의하나, 지금의 방법으로는 오히려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 "교육정책 4년 전에 발표...평가원장 공석 심각한 상황"
-지난 인터뷰를 보니 "2027년까지 수능이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시작한다. 1학년 때 공통과목으로 7개를 듣고, 1학년 2학기부터는 선택과목을 배치할 수 있다. 총 졸업학점을 충족하면 된다. (고교학점제가) 자기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지금보다 과목수가 50~100%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어·영어·수학·사탐·과탐·외국어·직탐(직업탐구)으로 구성된 수능에서 선택과목이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의 수능 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까. 고등교육법 34조 5항에 따르면 '교육과목의 큰 틀의 변화가 있을 경우 4년 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전날까지 공표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내년 2월 28일까지 2028학년도 대입 제도가 확정돼야 하는데, '킬러 문항 사태'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평가원장이 공석이다. 올해 수능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다만 평가원은 수능 출제만 하는 곳이 아니다. 직원 절반이 출제, 나머지가 연구를 담당한다. 초·중등 임용고사 1·2차와 상·하반기 검정고시 등 다양한 시험 출제부터 채점까지 하느라 1년에 12번 합숙한다. 3월 말부터는 6월 모의고사 출제에 들어간다. 7월 말엔 9월 모의고사 출제하는데, 9월 모의고사가 끝나는 즉시 본수능 출제위원을 섭외하기 시작한다. 10월 초 합숙에 들어간다.
평가원장은 이 모든 복잡한 실무와 보안문제를 총괄한다. 결코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새로운 평가원장을 선임하려면 최소 3개월이 걸린다. 당장 이 과정을 시작한다 해도 9월이다. 수능 출제는 어떻게 하나. 굉장히 위태로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