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줄어드는 체크카드 시장…진짜 원인은 '인구구조'

2023-06-28 05:00

[출처=여신협회, 통계청, 한국은행 등]

체크카드 발급량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체크카드 총발급 수는 1억440만2000장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말 1억1142만5000장까지 고점을 높인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총 702만3000장의 체크카드가 사라졌다.
 
그간 체크카드 감소 원인으로 ‘간편결제의 확산’을 꼽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간편결제 이용량이 대폭 늘면서 실물카드 활용도가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품권·지역 화폐 등의 사용 빈도수가 높아진 점도 힘을 보탰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분석하는 체크카드 감소의 진짜 원인은 ‘인구구조’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저출산 현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체크카드의 주 소비층인 10대 인구수 자체가 줄어든 게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 자료에 따르면, 15~25세 인구수는 10년 전인 2013년 674만4000명에서 올해 519만6000명까지 감소했다. 오는 2030년에는 464만9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말은 즉, 시간이 지날수록 체크카드에 대한 전체 수요층은 점점 더 얇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수치가 커질수록 일정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체크카드에서 신용카드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경제활동인구는 2012년 2578만1000명에서 작년 2892만2000명까지 증가했다.

이처럼 전체 발급량이 감소 전환한 것과 달리, 결제 실적 자체는 아직 우상향하는 추세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체크카드의 연간 승인액은 2018년 168조6030억원에서 작년 192조5580억원까지 늘었다.

업계에선 이에 대해 고물가와 가구별 소득 증가가 맞물린 현상으로 보고 있다.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국민 총소득이 늘면서 체크카드 역시 아직까진 상승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소비자물가지수는 2007년을 기준점(0)으로 봤을 때, 38.1%가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국민 계정에 기록된 1인당 국민총소득(원화) 역시 같은 기간 동안 90.3%가 급증했다.

여기에 지난 2005년부터 나라사랑카드의 발급이 시작된 것과 2018년부터 12세 이상으로 체크카드 발급 기준이 완화된 것도 영향을 줬다. 이는 체크카드의 전체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체크카드의 수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봤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 발급량이 감소한 건) 주 수요층인 10대 인구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 선불 결제 등 대체수단이 늘면서 입지가 좁아진 결과”라면서 “미래 인구구조 등 전체적인 요인을 고려하면 (체크카드 감소세는) 이전 10년보다 미래 10년 동안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