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커지며 배터리 물동량 급증···K-물류 기업들, 새 먹거리로 '판 키우기'

2023-06-28 05:45
작년 63조 시장···2032년 442조 규모로
韓 리튬배터리 수출액은 15% 늘어 13조
폭발 위험 대비 전용 컨테이너 개발 착수
항공업계선 IATA 관련 품질인증 획득도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대로 주요 부품인 리튬배터리의 물동량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국내 물류 기업들이 '배터리 운송'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나섰다. 

2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운송은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21%에 달하는 고성장 시장이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502억8000만 달러(약 65조원)를 기록했으며 2032년에는 3394억 달러(약 44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배터리셀 업체의 글로벌 시장 장악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물류 업체들의 배터리 운송 물량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리튬배터리 분야 수출액은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99억9000만 달러(약 13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에 기록한 87억 달러(약 11조원) 대비 15.2%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최고치다. 

외부 충격 시 폭발과 화재 위험이 있는 리튬배터리는 화물 관리와 운송 과정이 까다롭다. 국제해상위험물운송규칙(IMDG CODE)에서 9등급 위험물(최고 등급)로 지정할 정도다. 배터리를 완전히 에워싸는 내장 용기에 포장해야 하고, 합선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또 포장 후에는 충격시험도 거쳐야 한다.

통상 리튬배터리는 냉동·냉장컨테이너인 '리퍼컨테이너'로 싣고 나른다. 문제는 이 리퍼컨테이너는 일반 컨테이너보다 운임이 5배 비싸다는 것이다. 또 내부에 있는 온도조절기가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있어 기존 컨테이너 대비 선적량도 적다. 

물류기기 렌털업체 한국파렛트풀, 컨테이너 제조사 베스타 등 국내 업계가 배터리 전용 컨테이너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런 연유다. 이들은 온도조절기를 내장하는 대신 외관에 단열 특수소재를 적용해 내부 온도를 유지한다. 또 배터리 상태 및 화재위험을 원격으로 감지한다.

전기차 수요 급증으로 배터리 적시 공급을 위해 비행 운송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이 수송하는 항공화물의 10% 이상이 리튬배터리로 그 비중은 확대되는 중이다.

LX판토스는 국내 기업 최초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리튬배터리 항공운송 품질 인증(CEIV Li-Batt)을 획득했다. 이어 현대글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도 CEIV Li-Batt를 따냈다.

CEIV Li-Batt는 리튬배터리 항공 물류 체인에 속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운송 전문성을 증명하는 국제표준 인증이다.

과거 배터리로 인한 비행기 사고로 화주(화물의 주인)들의 운반 수주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국내 업계가 앞다투어 국제 표준을 취득한 배경이다. 2011년에는 아시아나 화물기가, 2010년에는 미국 UPS 화물기가 배터리 화재로 추락했다.

이번에 IATA 인증을 획득한 업체들은 해외 업체의 배터리 운반 수주도 노리고 있다. 현재 LX판토스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제품을 운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항공은 노트북,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소형배터리를 운송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운송 분야는 기술 허들이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관련 표준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물류 업계뿐만 아니라 해운조선업도 배터리 운송 사업을 새 먹거리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부산항 공컨테이너 실태조사 모습 [사진=부산항만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