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반도체 부진에 2분기 지역경제 '주춤'…전국 집값 하락세 둔화

2023-06-26 12:00
[한은 골든북] 26일 2023년 6월 지역경제보고서(골든북) 발표
"하반기엔 생산·소비 모두 개선"…집값 하락 수도권 중심 제동

[사진=연합뉴스]

올해 2분기 지역경제가 대부분 권역에서 전분기 수준을 유지하거나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와 조선업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국 리오프닝 효과 지연과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제조업 생산이 제자리에 머무른 데다 서비스업 생산도 1분기 수준에 머물렀다. 급락하던 주택매매 가격은 최근 주택매수 심리가 일부 회복하면서 하락폭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6일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2023년 6월, 골든북)'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이 업체와 유관기관 등을 모니터링해 입수한 생산, 수요, 고용 동향 등을 토대로 전 분기 대비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권역별 경기에 따르면 전국 7개 권역 가운데 수도권·강원권·대경권·호남권·제주권 경기가 보합 또는 소폭 악화됐다. 반면 동남권과 충청권 경기는 소폭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2분기 제조업 생산은 수도권, 호남권, 대경권, 제주권, 강원권이 감소하고 충청권이 보합세를 나타냈다.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은 7개 업권 중 유일하게 소폭 개선됐다. 동남권은 부산지역 완성차 제조사 부진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자동차 및 신차 생산이 늘었고 조선업도 기존 수주물량 생산이 이어지면서 제조업 생산이 개선됐다. 충청권은 전자제품 판매 부진에도 글로벌 IT 기업들의 신형 스마트폰 패널 생산과 전기차에 대한 이차전지 수요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생산이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수도권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리오프닝 효과 지연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이 줄었고 모바일과 TV 수요 부진 속 OLED 생산공장이 축소 운영되면서 디스플레이 생산량이 전분기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호남권은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으로 감소했고 대경권은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기계장비 중심으로 줄었다. 강원권은 초음파 영상진단기기 등 의료기기 수출 감소와 완성차 부품 재고 소진 영향을 받았고 제주권은 내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라 음식료품 생산 등이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대경권을 제외한 대부분 권역에서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수도권/동남/충청/강원)이거나 하락(호남/제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소비심리가 서서히 개선되고 있으나 부동산업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개선세를 보인 대경권에서는 국내외 여행객 증가(숙박·음식점업, 운수업)와 외부활동 증가에 따른 의복 등 매출 증가(도소매), 주택거래 부진의 소폭 완화(부동산업)가 영향을 미쳤다.

2분기 소비도 대경권을 뺀 대부분 권역이 제자리(수도권/동남/충청)에 머무르거나 전분기 대비 악화(호남/강원/제주)됐다. 준내구재 소비는 올해부터 본격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속 대면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레저용품 및 의복 판매를 중심으로 증가했고 내구재는 가구·가전 판매가 늘었다. 반면 승용차 판매는 기저효과 영향으로 감소 또는 전분기 수준을 나타냈다. 차량용 연료와 음식료품 소비 등이 포함되는 비내구재 소비는 권역별로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설비투자는 친환경 전환 수요에 대응한 수요가 늘었으나 반도체 투자가 축소되면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권역별로는 동남권(확대)과 호남권(감소)을 제외한 권역들이 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을 중심으로 착공면적이 줄면서 민간부문이 소폭 감소했으나 공공부문 보합세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수출은 자동차 수출 호조와 반도체 등 IT업종 부진이 맞물리면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7개 권역 가운데서는 호남권역의 수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4~5월 중 월 평균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5만2000여명 증가했으나 그 증가폭은 축소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전기와 가스, 수도 가격 상승에도 유가 하락 등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권역별 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수도권(3.7%), 동남·충청·대경·강원권(3.4%), 호남권(3.3%), 제주권(2.9%) 순으로 파악됐다. 

주택매매 가격(월 평균)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과 대출금리 하락 등으로 매수심리가 회복하면서 하락폭이 일부 축소됐다. 하락폭이 가장 크게 꺾인 곳은 수도권으로, 직전분기(-1.36)와 비교해 매매가격 하락폭(-0.33%)이 1%포인트 이상 줄었다. 이 밖에 동남권(-1.3→-0.45%), 충청권(-0.92→-0.2%), 호남권(-0.66→0.33%), 대경권(-0.91→-0.4%), 강원권(-0.31→-0.2%), 제주권(-0.32→-0.3%) 주택가격 역시 하락폭이 일제히 축소됐다. 

한편 한은은 향후 지역경제가 제조업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폭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 경제 회복과 주요국 금융불안 관련 불확실성은 지역별 생산 및 소비 회복 흐름에 있어 잠재 리스크로 꼽힌다. 한은 관계자는 "IT경기 부진 완화, 주요국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이 제조업 회복을 견인하는 가운데 물가 오름세 둔화, 점진적인 소비심리 개선 등은 서비스업 생산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