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삼중고] 은행 부실대출 증가율 10년래 최대…금융위기 때와 맞먹어
2023-06-26 05:00
올해 1분기(1~3월) 국내 은행권 가계대출의 부실률 증가 폭이 최근 10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계대출 규모도 증가세로 돌아섰고, 시중금리는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달 22일 기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은 전월 말 대비 6000억원 이상 늘었는데, 3개월 연속으로 증가했다.
최근, 정부가 역전세난 대응을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일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가계대출 규모, 부실률,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완만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과 자산건전성 확보를 유도하는 금융당국이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은행이 실행한 가계대출의 부실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NPL) 규모가 총 2조1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4%, 직전 분기 대비 22.1% 증가한 수치다. 최근 10년간 집계된 은행권 가계대출 NPL 증가율 중 최대치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부 지표는 금융위기 당시보다 부정적인 전망을 암시하고 있다. 우선 2009년에는 기준금리가 전고점인 5.25%보다 낮은 2%였지만, 지금은 기준금리 인상이 멈춘 직후여서 언제 떨어질지 기약할 수가 없다. 또 금융위기 이전에 나타난 금리 상승기에는 금리가 3년에 걸쳐 서서히 상승해 차주들이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반면, 지금 현재는 비교적 짧은 기간(1년 5개월)에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 전반적인 은행권 대출 부실이 확대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2분기(4~6월)에도 연체율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은 4월 0.27%로 전월 대비 약 0.03%포인트 상승한 뒤 5월에는 0.29%까지 올랐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신규 연체율도 1년 전의 두 배 수준인 0.08%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