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 취급 은행 중 일부가 중도해지금리를 산출하기 위해 청년도약계좌의 기본이율이 아닌 다른 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내세워 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일부 은행들이 또 한번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하는 11개 은행 중 NH농협은행⸱IBK기업은행⸱전북은행이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금리를 각사 적금 상품 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NH농협⸱IBK기업⸱전북은행은 각각 ‘자유로우대적금’, ‘정기적금(정액적금)’, ‘정기적금(자유적립식)’의 금리를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 기준 이자율로 적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도해지금리는 가입 상품의 기본이율에 보유기간을 비중으로 곱해 결정한다. 예컨대 만기가 2년이고 기본이율이 3.0%인 예금상품을 1년 만에 중도해지하면, 가입을 유지한 기간이 40~60% 사이에 해당해 3.0%의 40%에 해당하는 1.2%가 중도해지이율이 된다. 하지만, 이들은 각 은행 정책에 따라 청년도약계좌의 기본이율보다 금리가 더 낮은 상품의 금리를 기준으로 중도 해지 이자율을 산정했다.
 
해당은행에서 청년도약계좌를 신청한 가입자는 다른 은행 가입자보다 중도해지이자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 25일 기준 NH농협은행의 자유로우대적금의 금리는 3.4%(3년기준), IBK기업은행의 정기적금(정액적금)은 3.65%(3년기준)다. 이들 은행이 제시한 청년도약계좌의 기본이율인 4.5%보다 각각 1.1%포인트, 0.85%포인트 낮다.

예컨대,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해 70만원씩 매달 납부하고 3년 뒤에 중도 해지했을 경우, 이자는 IBK기업은행은 55만1880원(세전)이다. 기준이율 3.65%에 보유기간에 따라 결정되는 비중 60%를 곱한 2.19%가 중도해지이율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만약 청년도약계좌의 기본이율로 중도해지이자율을 산정하는 신한은행에 가입했다면 중도해지이자율이 2.43%로 이자는 61만2360원(세전)으로 IBK기업은행보다 많다.
 
만기가 길고 납입한도가 높은 청년도약계좌는 이탈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품이다. 실제로 2년 만기로 최고 10%대의 금리를 제공한 ‘청년희망적금’의 중도 해지가 7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도해지가 대량으로 나오는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도 청년도약계좌의 공시엔 중도해지와 관련된 내용이 없다. 가입대상 청년들이 중도해지하면 예상치 못한 수익률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는 관련 지적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대금리와 관련된 조건을 공시해 가입자가 제일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했다”며 “가입자가 중도해지를 않도록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고,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중도해지 시 금리까지 공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거래에 대한 경험이 짧은 청년층을 당국이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사회초년생에게 금융상품 가입에 대해 조언하면서 예·적금 상품의 경우 중도해지이율이 기준이율과 기간별 비율이 상품별로 상이해 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