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문구업계 살리려면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손질해야"

2023-06-20 14:59
준비물 지원금 사용처 조달청엔 '문구소매업' 미지정 업체 다수
"지역 문구점 인증 등 입찰 참여 업체 기준 명확히 마련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습준비물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준비 부담을 줄이고자 마련된 '학습준비물 지원제도'가 문구업 '줄폐업' 원인으로 지목됐다. 

20일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협동조합)에 따르면 문구업계는 매년 500여개 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7년 기준 1만620여곳이덧 문구소매업점은 2022년 기준 약 8000여곳으로 줄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5년 문구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중소기업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하는 업종이다. 대기업은 지정 분야에서 사업을 벌일 수 없다.

그럼에도 문구업계 '줄폐업'을 막지 못한 이유는 각 시·도 교육청이 교부금으로 운영 중인 학습준비물 지원제도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교육청은 지역 초등·중학교가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구매하도록 지원금을 제공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1인당 3~4만원으로 책정된다. 각 학교는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대량으로, 일괄 구매한다. 구매처는 조달청(나라장터)과 한국교직원공제회(학교장터) 등이다. 각 업체들은 이곳에서 입찰 경쟁을 벌이고, 학교는 이중 최저가를 선택해 구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나라장터와 학교장터에 입점한 업체들은 업종 분류상 '문구소매업'이 아닌 곳이 많아, 지원금이 적재 적소에 사용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건설업 등 문구업종 외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한다"며 "이후 사업권을 따낸 이들이 일정 수수료를 받아 영세 문구점들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찰 수량이 대량이다보니 보유 여건이 안 되는 일반 문구점들은 아예 입찰에 참여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현재 동반위는 문구소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 소상공인 보호 목적으로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한이 끝나는 업종, 품목에 중견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막는 제도다. 

그러나 문구업계는 영세 문구점들이 입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 대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문구소매업이 10월에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도 학습준비물제도 개선 없이는 무용지물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학교장터나 나라장터 입찰 가능 업체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만들 필요가 있다"며 "입찰 공고를 내는 학교 인근 문구점임을 인증하는 등 제도 마련을 통해 지역 문구점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업 바우처 지원도 대안으로 꼽힌다.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학업 바우처는 서점, 문구점, 독서실, 예체능 학원, 안경원, 이·미용실, 영화관, 공연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강원 태백시 경우, 내년부터 초등학교 3∼6학년 3만원, 중학교 1∼3학년 5만원, 고등학교 1∼3학년 7만원을 ​학업 바우처로 매달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