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하는 亞증시] 바뀌는 아시아 패러다임…자산운용사, 신흥국 상품 '드라이브'

2023-06-19 17:35

자료=한국거래소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일본과 인도 등 중국 외 국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수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피로감만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제2의 정보통신(IT) 혁신이 나올 수 있는 기대감이 있고, 일본은 통화 안정세를 유지해 각광을 받는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장기적인 시각으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중국 외 상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두 달여 사이(4월 3일~6월 19일 기준) 토픽스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ACE 일본TOPIX레버리지(H) ETF는 33.17%를 기록하며 전체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닛케이225지수(닛케이 평균 주가)를 추종하는 ‘ACE 일본Nikkei225(H)’ ETF(20.15%), TIGER 일본TOPIX(합성 H)(15.21%),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13.98%), TIGER 일본니케이225(12.70%) 등 총 848개 ETF 상품 중 중국 외 다른 아시아 국가 관련 상품들이 상위 15%권 내에 다수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효과가 저조하자 중국 외 일본, 동남아시아 관련 상품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경우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통화 정책과 함께 견조한 경제 성장이 전망돼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10주 이상 지속되고 있다. 전일 발표된 일본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로, 예상치(0.2%)를 상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이 부진했지만, 민간소비(0.6%)와 민간설비투자(0.9%) 등 내수가 호조를 보이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아울러 동남아시아는 ‘넥스트 차이나’, ‘제2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10여 년 전부터 교육 인프라에 투자하며 중산층을 중심으로 유니콘 기업이 쏟아지고 있다. 해외 조사 기관 굿스태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은 2300여 개로 이는 세계 5위의 규모다.
 
이 같은 아시아 시장 전망에 자산운용사들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관련 ETF 상품을 공격적으로 홍보하며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순자산(AUM) 규모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경제 블록화, 공급망 재편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중국과 특정 섹터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 관련 ETF 상품의 AUM 규모는 835억원에서 지난 16일 기준 4115억원을 기록하며 39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는 18.76% 상승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말 대비 마이너스(-13.17%) 수치를 기록했지만,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계속되면서 앞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인도와 인도네시아 관련 ETF 상품이 나온 이유도 중국 외 대안 상품을 찾고자 하는 업계의 시도로 보면 된다"며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 간의 광고 경쟁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산운용사들은 바뀌는 아시아 시장의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상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2월 삼성자산운용사는 중국을 제외한 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3국의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KODEX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exChina 액티브 ETF를 상장했다.
 
해당 상품은 지난해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칩4’ 체결로 미국, 한국, 대만, 일본 4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아시아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상해 만들어졌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둘러싼 기존의 질서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기에는 불확실성이 높아져 중국 정부의 대응책과 방향이 명확해지고 효과를 확인할 때까지는 관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경제 블록화 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만큼 투자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