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약세 속 원화 '나홀로 강세' 언제까지?

2023-06-20 05:00
3월 이후 달러화지수 디커플링 되돌림 영향
연말 완만한 하락 전망…1200원 초중반 예상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1원 오른 달러당 1278.0원으로 출발했다. [사진=연합뉴스]

원화 가치가 한 달 만에 5% 넘게 올랐다. 달러화와 엔화, 위안화 등 주요 선진국·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원화 독주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0.1원 오른 128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초 134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이달 들어 1270~1280원대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원화는 5월 2일(1342.1원)과 비교하면 4.4%, 한 달 전인 5월 19일(1326.7원)보다는 3.3% 떨어졌다. 전 거래일과 비교하면 5% 넘는 하락폭이다. 이는 주요 선진국·신흥국 통화 대부분이 절하된 것과 비교된다. 

이날 오전 8시 23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49원으로 고시됐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까지 내려간 것은 지난 2015년 6월 말 이후 8년 만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긴축을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완화정책을 고수한 영향이다.

위안·달러 환율 역시 7.1201위안으로 고시되며 심리적 경계선인 달러당 7위안을 웃돌고 있다. 기대보다 저조한 중국 경제 지표에 경기 회복 기대감이 하락했다.

반면 원화는 3월 이후 달러화지수와 디커플링됐던 부분에 대한 되돌림 영향이 반영되며 강세를 보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위축됐던 위험회피 심리가 개선됐고, 계절적인 역송금 수요도 일단락돼 원화 가치 정상화에 일조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커지며 원화 수요를 뒷받침했다.

6월 1~1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는데 1∼10일 수출액이 증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월(11.6%) 이후 4개월 만이다.

정부는 빠르면 6월부터 무역수지가 본격적으로 개선돼 4분기에는 상당 수준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기 시작한 것도 원·달러 하락에 힘을 더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경계 등과 맞물려 5월 말 105포인트 부근까지 상승했던 달러인덱스는 5월 소비자물가 발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을 소화하며 하락 전환됐다. 

향후 달러화지수 하락세가 추가로 가팔라지거나 한국의 펀더멘탈 개선이 확인될 경우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대내외 경기 여건 등을 고려하면 3분기 추가 하락보다는 추세적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박스권 국면이 예상된다.

일단 달러화지수와 디커플링됐던 부분이 완전히 해소됐다. 2022년 하반기 이후 달러화지수가 103포인트 내외일 때의 원·달러 환율 레벨은 달러당 1260~1280원으로 일정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달러화와 동조화되는 가운데 수출 회복이 가시화되는 4분기로 가며 하락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는 예상보다 늦춰진 연준의 긴축 종료 시점에 점진적 하락이 예상된다"며 "달러화지수는 연말 90포인트 후반, 환율은 달러당 1200원 초중반대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완만한 달러 약세, 엔·위안화 가치 상승과 함께 국내 펀더멘탈 개선 효과 등이 원화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제한적인 엔·위안화 강세폭과 국내 경기 개선 흐름 등은 원화 강세를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