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역전세에 확 바뀐 빌라 전세시장... 갱신 계약 시 감액 비중 1.9%→15% '쑥'

2023-06-15 18:22
전셋값 하락 및 인기 감소에 감액 갱신 비중 급증
아파트 비해 감액 갱신 적어…이사비·중개비 등 부담 상대적으로↑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주택가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역전세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올들어 서울에서 이뤄진 연립다세대(빌라) 전세 감액 갱신 비중이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전세 계약에서도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아파트와 비교할 때 감액 갱신 비중은 작았는데 이사비, 중개보수료 등 비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1~5월) 빌라 전세 갱신 계약은 7342건(종전 역시 전세로 추정되는 계약만 집계)으로 이 중 15.3%인 1120건이 보증금을 낮춘 감액 갱신으로 나타났다. 직전 보증금보다 증액한 갱신 계약은 4040건(55.0%)이었으며 동일 금액 갱신은 2183건(29.7%)였다.

이는 직전 5개월과 비교하면 감액 계약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증액 계약 비중이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8~12월 전세 갱신 계약은 9886건이었으며 그중 189건(1.9%)만이 감액 갱신이었다. 동일 금액 갱신은 1482건(15.0%), 증액 갱신은 8215건(83.1%)이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국적인 전셋값 하락과 함께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갱신 계약시 종전보다 가격을 낮춘 거래들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빌라의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다만, 아파트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빌라 전세 갱신 계약시 감액 거래 비중은 낮은 수준이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감액 갱신 전세계약은 39.1%에 이른다. 송파구의 한 빌라 세입자는 “최근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사비용이나 중개보수 등 현금 지출이 부담돼 이전과 같은 금액으로 갱신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아무래도 빌라는 전셋값이 떨어지더라도 절대적인 거래 금액자체가 적고 저리의 정책 대출도 받기 쉽다”며 “이자 비용에서 큰 차이가 없으니 증액 갱신이나 동일 금액 갱신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셋값 하락이 이어지며 하반기 역전세 우려가 높아지면서 감액갱신 계약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이 고점이었던 2년 전 입주한 주택에서 계약 만료 시점에 큰 폭의 감액 갱신 계약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