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이자 못 갚는 좀비기업 100곳 중 35곳"…1년 전보다 늘었다

2023-06-13 12:00
지난해 좀비기업 비중 35.1%…전년도 대비 1%p 확대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 기업 비중도 4% 이상 감소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좀비기업'이 기업 100곳 중 35곳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첫해인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00% 미만인 '좀비기업' 비중은 35.1%로 1년 전(34.1%)보다 1.0%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첫해인 2020년(36.3%, 역대 최고)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코로나 직전연도인 2019년(31.0%)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이자보상비율이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는 한은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3만129개 업체(제조업 1만2199곳/비제조업 1만7930곳)를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좀비기업' 비중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11.8%, 비제조업이 23.3%로 전년도보다 각각 0.4%포인트, 0.7%포인트 확대됐다. 규모 별로는 '좀비' 대기업 비중이 4.7%로 1년 전보다 소폭(0.1%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좀비' 중소기업은 1년 새 1.1% 늘어난 30.5%로 코로나 첫해인 2020년과 동일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을 넘어서 0% 미만의 영업적자 상태인 기업 비율은 지난해 기준 25.7%로 전년도(26.5%)보다 0.8%포인트 축소됐다. 영업적자를 기록한 대기업은 3.5%, 중소기업이 22.2%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8.3%, 비제조업이 17.4%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이 금융비용의 5배를 뛰어넘는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 기업 비중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 기업 비중은 2021년 42.6%에서 지난해 38.2%로 4.4%포인트 축소됐다. 대기업이 9.2%였고, 중소기업은 29%로 나타났다. 무차입기업 비중 역시 지난해 기준 8.8% 수준으로 10%를 웃돌던 1년 전과 비교해 감소했다.

이 기간 기업들의 총 이자보상비율은 455.4%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1년 전(654%)보다 198.6%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의 평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5.3%)과 매출액 대비 세전 순이익률(5.2%)은 전년도보다 각각 1.5%포인트, 2.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의 경우 통계 편제 이후 역대 5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매출액 상승률(16.9%)도 소폭 하락하는 등 수익·안정성이 1년 전보다 악화됐다. 이에 대해 이성환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매출액은 가격 상승 요인도 있고 자동차·조선업의 경우 업황이 좋아 높은 증가 수준을 유지했다"며 "당초 우려에 비해서는 선방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