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 넘어 '아들 싸움'으로 확전...멀어지는 협치

2023-06-12 11:53
김기현 "이재명 아들, 상습 도박과 성매매 한 것 사실이냐"
유상범 "야당, 사실관계 호도...비난하려면 근거 명확해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식 문제로 줄다리기를 하면서 여야 대표 간 TV토론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익을 위한 정책 토론보다는 상대 가족을 거론하며 감정싸움을 펼치는 모양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TV토론 방식의 '정책 대화'를 하는 데 합의했다. 양당은 실무협의진을 구성해 TV토론 관련 협의에 착수했지만 2주가 지난 현재까지 시간, 장소 등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고 있다.
 
TV토론 일정이 잡히지 못하는 데에는 양당 대표 간 '자식 공반전'이 불씨가 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이 대표였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 대표 아들에 관한 의혹을 다룬 언론 보도를 공유하면서 "김 대표가 답할 차례입니다"라고 썼다. 해당 기사는 김 대표 아들이 가상자산 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거액의 업계 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아들이 가상자산 업계에 있는데 (김 대표가) 가상자산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하면 국민이 쉽사리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김 대표는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공개하고 결백을 증명하라"고 했다. 
 
이에 김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서 "아들이 직원 30명 정도 되는 중소 벤처기업(언오픈드)에 직원으로 취업한 게 뭐가 잘못된 일인가"라며 "회사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은 채 봉급받고 일하는 회사원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아들이 상습 도박, 성매매를 한 것은 사실인가"라며 "이제는 이 대표가 답할 차례"라고 맞받았다.
 
양당 대표가 가족을 거론하면서 기싸움을 펼치자 TV토론이 성사될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 아들을 저격한 이 대표에 대해 "단순 월급받는 직원에 불과한데 마치 암호화폐와 관련된 것처럼 한다는 거 자체가 사실관계 호도하는 거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어 "남을 비난할 때는 적어도 비난의 근거가 명확하고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며 "대장동 사건을 윤석열 게이트라고 비난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일갈했다. 
 
'TV토론이 무산되는 거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선 "김 대표 아들 취업 관련 공방이 있었는데 상대방을 비난하려면 최소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비난하는 성의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