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불황이 뭔가요?" 억소리 나는 그들만의 펜트하우스
2023-06-08 18:22
금리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시장이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고층 특화 주택인 '펜트하우스' 시장은 무풍지대로 통한다. '하늘 위 궁전'으로 불리는 펜트하우스는 아파트 건물 꼭대기에 위치해 전망이 좋고, 테라스 등을 다른 가구보다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매 가격이 수십억원에 달하고, 월세도 웬만한 월급쟁이의 연봉에 육박하지만 희소성을 앞세워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 펜트하우스 2개 '완판'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185㎡ 펜트하우스 매물은 이달 초 70억원에 매매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준공한 이 단지는 개포주공 4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최고 35층, 3375가구 규모다. 185㎡ 펜트하우스는 2가구가 포함됐는데, 강남권에서는 2018년 11월(서초우성1차) 이후 약 5년 만에 공급되는 대형 펜트하우스여서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이번에 계약된 매물은 앞서 거래된 펜트하우스보다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면서 총 금액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80억원대에 거래된 물건은 로열동에 층수도 34층이라 뷰가 아파트 전체에서 가장 좋지만, 이번에 거래된 건은 상대적으로 낮은 21층이고, 뷰도 앞동에 막혔다"면서 "펜트하우스로 보기에는 가치가 떨어지지만 희소성만으로 모든 단점을 극복한 거래"라고 말했다.
◇불황에도 초고가 아파트 인기는 고공행진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64㎡ 47층 펜트하우스가 분양 후 처음으로 130억원에 거래됐다. 2020년 11월 준공한 280가구 규모의 이 주상복합 아파트에는 총 4가구의 펜트하우스가 있는데 2017년 분양당시 가격은 약 60억5600만원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서울 마포구 메세나폴리스 39층 전용 223㎡ 펜트하우스 역시 51억원 전액 현금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인 2019년 1월 33억8000만원 거래보다 17억2000만원 상승한 금액이다.
펜트하우스 같은 초고가 주택의 인기 비결은 뭘까. 주요 입지의 펜트하우스는 공급이 한정돼 있고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 아파트처럼 프리미엄 형성은 더디다. 때문에 일반 수요층보다는 법인이나 연예인, 외국인 등이 선호하는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층 조망권 프리미엄과 한 단지에 1개뿐이라는 극소수 물량의 특별함 때문에 주로 기업 오너가 선호하고, 연예인이나 외국인, 법인 명의 등의 거래도 많다"면서 "특히 펜트하우스는 매도자가 급매로 내놓는 경우가 드물어 가격 방어도 잘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펜트하우스는 높은 희소성으로 명품 부동산에 열광하는 부유층의 심리를 건드린 최고의 재화"라며 "마치 고가의 예술품을 사서 모으듯 현금을 묻어두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 들어 5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 초고가 아파트는 13가구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40㎡가 110억원(3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2차 전용 244㎡ 82억1000만원(3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가 81억원(4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1, 2차 전용 196㎡가 78억원(4월), 강남구 청담동 동양파라곤 전용 244㎡가 68억원(4월), 강남구 청담동 어퍼하우스 전용 197㎡가 60억원(4월)에 거래된 것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