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共生)' 판매, 하노이와 호찌민의 트렌드

2023-06-07 13:08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최근 몇 년 동안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시 등에서는 ‘공생(共生)’ 판매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길거리에 즐비해 있는 식당이나 노점 카페 등에 모여 공간과 사람이 만나고 함께 발전하는 독특한 형태의 비즈니스이다.

이러한 유형의 판매는 상업 센터의 푸드코트와 같은 '식당'의 형태로도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식사하는 사람들은 한 곳으로 가서 한 가지 요리를 먹는 대신 같은 장소에서 먹고 마시거나 다양한 요리를 주문하여 여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러한 형태는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대형 레스토랑들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쌀국수를 먹으러 온 사람은 쌀국수집에 앉아 쌀국수를 먹고 옆집 식당으로 이동해 음료를 마시거나, 식당에 앉아서 쌀국수를 먹고 음료도 함께 마실 수 있다. 때로는 2명이 함께 식사를 하지만 각각 다른 요리를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같은 곳에 앉아서 바로 옆 식당의 음식을 주문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이는 ‘사업을 하려면 모든 상황에서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장사에 친구 있고, 장사에 동네가 있다)’는 베트남 속담의 뜻과 같다.  

이러한 유형의 공생 판매는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준다. 우선 식당이 함께 성장하면서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 또한 손님들은 더 편리하게 식사할 수 있고, 한자리에 앉아서 많은 요리를 주문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쌀국수를 먹으러 갔는데 쌀국수 식당이 꽉 차서 다른 식당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방금 그 식당의 쌀국수도 같이 먹을 수 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생 거래는 많은 베트남 젊은이들이 선호하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편리함 vs 강제 구매
올해 2월 하노이 공생 거래 구역에서 식사를 한 여성 틱톡커(TikToker)의 이야기가 큰 논란이 되었다. 해당 여성은 하노이 항꽌 거리에 있는 분짜 식당을 방문했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식당 내부에 앉았다. 이후 직원은 무엇을 마실지 먼저 물었고 마시지 않는다는 답변에 주인은 “음료를 주문하지 않으면 나가서 앉으세요!”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해당 여성은 극도로 화가 났고 “잘난 척하는 하노이 사람들”이란 내용으로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틱톡커의 영상은 많은 네티즌들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은 해당 여성이 자신이 방문한 곳이 ‘공생 거래 구역’에 해당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이며, 해당 구역에서는 음료를 주문해야 식사를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모든 손님들이 자신이 방문한 곳이 공생 거래로 운영된다는 것을 알 수는 없고, 식당이 함께 붙어 있어 쉽게 오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식당 주인과 손님들 간에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내용을 분명히 고지할 수 있다면 고객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 음료와 함께 식사를 할지 여부를 충분히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다.  

오늘날 하노이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가게와 식당들 사이 공생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등학교나 대학 정문 일대이다. 맛있는 음식은 넘쳐나지만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유형의 판매로 유명한 장소 중 하나는 호찌민시 마리퀴리(Marie Curie) 고등학교 정문 부근이다.

이곳은 맛있고 저렴한 꼬치구이 가게와 반미 스튜 가게로 유명하다. 두 식당의 좌석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식당 주인들은 종종 손님을 음료 가게에 앉도록 안내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음료를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손님이 이곳에서 편히 앉고 싶으면 음식과 음료수를 함께 주문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포장을 하거나 자신의 오토바이나 자동차에서 먹어야 한다.

사실 꼬치구이나 반미 스튜도 쉽게 갈증이 느껴져 음료가 필요해지고 또 가격도 매우 저렴한 편으로 이러한 형태의 ‘공생’은 매력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음료를 함께 주문하고, 원치 않는 사람들은 주문하고 음료를 포장해서 들고 간다.

또 다른 공생 거래 구역으로는 호찌민시 외국어정보대학(HFULIT) 근처가 있다. 이곳은 구운 달걀이나 비빔 라이스페이퍼로 주변 대학생들에게 아주 인기 있는 곳이다. 이 식당들의 공통점은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기 때문에 바로 먹고 싶다면 몇 걸음 떨어진 거리 노점이나 카페 등에 앉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은 좌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옆집 식당의 수익도 높일 수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더불어 호찌민시에서 가장 유명한 공생 거래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카페벳(노점커피 거리)과 거북호수인데, 두 곳은 상대적으로 다른 형태의 공생관계를 가지고 있다. 카페벳을 찾는 사람들은 사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방문하기 때문에 카페가 중심이 된다. 배가 고픈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피시볼, 라이스페이퍼 구이, 망고 절임 등을 포장해서 카페로 가기 때문에 이곳은 사실상 ‘카페’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그리고 거북호수 주변 상점은 서로 발전을 도모하는 말 그대로 공생의 현장이다. 각 노점들은 먼저 메뉴판을 들이밀며 손님이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게 한 다음 자리를 안내한다. 판매자들이 필요로 하는 충분한 식음료를 주문하기만 하면 편안하게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이공 국제 대학에 다니는 두 학생은 베트남 매체 Kenh14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공생' 트렌드에 대해 “처음에는 필요하지 않지만 구매해야 돼서 불편했지만, 여러 번 경험을 하면서 이러한 방식을 이해하게 되었고 또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중 한 학생은 “‘편안한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사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고, 이것이 공생 거래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리 대신 더 많은 음식과 음료를 사는 것"에 대한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다른 한 학생은 "이런 곳에 가면 즐겁지 않아도 마셔야 한다. 그 음식이 먹고 싶거나, 맛이 있다면 기꺼이 그곳에 갈 수 있다. 그러나 음료를 마시고 싶지 않으면 포장을 하거나 나무 등지에서 먹겠다”고 밝혔다.

호찌민시 호티끼 야시장도 공생의 공간이다. 각 노점의 면적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차를 파는 것 외에도 손님들의 자리가 매우 한정적이다. 자리가 많은 곳은 대개 시장 내에서 직접 장사를 하는 집들이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손님들은 테이크아웃 음식을 사서 식당이나 메인 요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 즐기는 경우가 많다. 야시장의 노점 주인들도 다른 곳에서 음식을 가져오면 기뻐한다.

이러한 유형의 비즈니스는 손님을 기쁘게 하면서도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상점들이 서로 가깝기 때문에 테이블과 의자도 두 가판 사이에 바로 붙어 있어 손님들이 구별하기가 어렵다. 그냥 자리에 앉았을 뿐인데 음료를 주문하지 않아 일어서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진다. 많은 손님들이 이러한 공생 좌석 문제 때문에 불편하고 당혹스러워 한다.

한 베트남인은 “식당 주인이 직접적으로 음료를 주문해야 한다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손님들은 음료가 보이면 스스로 주문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기분 나쁜 경험을 하면 아마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장성에서 온 관광객인 뚜옛씨는 이곳 야시장에서 요리와 음료의 조합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그녀는 바인꾸온, 퍼꾸온 등 음식과 전통 차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생 판매로 방문객들이 한 곳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지만 그녀의 가족들이 음료를 원치 않아도 반드시 사야 한다는 부분이 낭비를 만들고 또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식당 주인들이 조금 더 유통성 있게 유연하게 단순히 음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좌석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생존 방식
한편 호찌민시 마리퀴리 학교 정문 앞 꼬치구이 노점을 운영하는 주인은 “가끔 앉을 자리가 없을 때는 음료 노점 자리를 빌려 손님들을 앉혀야 해서 음료를 반드시 주문해야 한다”며 “몇몇 손님들은 이곳 음료가 별로 맛이 없다고 하지만 캔 음료나 생수 정도만 사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주인은 “음료만 산다면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바로 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도와주었으면 좋겠고, 만약 원하지 않는다면 포장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야시장 지역 골뱅이 노점과 밀크티 노점에서도 자리가 부족해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런 공생 판매로 밀크티 가게의 매니저는 손님들에게 여러 번 사과해야 했다. “항상 자리가 부족해서 옆 골뱅이집 자리에 앉아야 하고 그러려면 음식을 조금이라도 사 주셔야 해요.”

옆집 가게 손님을 자주 받아야 하는 골뱅이 노점 쪽에서는 "우리 집 음식을 사주면 기꺼이 좌석을 내줄 수 있다"며 “이곳이 너무 좁아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 집과 옆집이 같이 움직여야 하고 이 부분을 손님들이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가게 주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공생 판매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실망이나 불편을 안겨주더라도 식당 주인들은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공생’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식당 주인들과 손님들의 다양한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하노이와 호찌민시 공생 판매는 아직 발전단계에 있으며 엇갈린 의견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측의 이해와 유연성이 필요하다. 식당 입장에서는 음료 주문에 대한 내용을 친절하게 알려줘야 하며, 손님들은 이러한 형태의 거래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또는 노점 주인이 공간을 개선하고 공생 관계에 있는 노점과 서로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영역을 분할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또 다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료를 사지 않고 음식만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음식과 음료를 모두 구매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공용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하노이와 호찌민시의 공생 판매는 여전히 매력적인 트렌드이며 식당에 다양성과 편의성을 제공한다. 아직까지 많은 어려움과 엇갈린 의견들이 있지만 이해와 존중, 그리고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공생 판매는 독특한 공간에서 새로운 맛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흥미롭고 적절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